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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Oct 27. 20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여타 다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각본의 존재감이 도드라지는데 수다 속에 생명감을 불어넣는듯한 활기 넘치는 대사들로 인해 그 얘기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거기에 그 대사를 내뱉고 연기하는 배우진은 어떠한가. 그 어떠한 사전지식(샤론 테이트 사건/맨슨 패밀리) 을 모른 채 영화를 감상하더라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이 두 배우의 정말 ‘미친’ 케미와 그 둘의 연기를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 될 이유라고 생각한다.

극 중 ‘마고 로비’ 가 연기한 샤론 테이트, 그녀가 극장에서 본인의 작품을 보는 시퀀스와 점점 본인의 자리를 잃어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가 연기한 ‘릭 달튼’ 의 처지는 여러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주변 관객들이나 스태프들의 반응을 살피며 때로는 초조하고, 기뻐할 때 실제 관객의 입장인 내가 영화를 볼 때 떠오르는 감정들이 괜스레 떠오르기도 했다. 비단 그러한 감정뿐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내 시간과 노력을 쏟고 영혼을 불어넣어 행하고 있는 내 ‘일’ 을 타인에게 선보이고 인정받아야 하는 과정을 내가 직접 확인한다는 그 상황 자체에 몰입이 되어 앞서 말했듯이 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내게 전달되곤 했다. 새삼스레 ‘혼을 담은 연기가 이런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과거,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회고를 할 때 우리는 더러 아쉬움이나 후회와 같은 감정들에게 밀려나 마음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은 없었을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상상을 하면서 내 능력의 한계를 체감하고 지금 내 위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 날, 그 시간에, 만약에 와 같은 가정이 때로는 우리를 숨 쉬게 한다. 그리고 결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한 뒤, 다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다음 또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타란티노의 아홉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감정적이고 서정적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이 감독이, 영화가 너무 좋아 비디오 샵에서 일을 하며 결국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이 감독이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본인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을 한데 모아서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옛날 옛적에... 할리우드에서는 말이야’ 라고 떠들며 그저 수다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 수다가 나는 끝내주게 재밌어서 세 번이나 경청했다. 예술가 스스로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알고 동시에 본인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데 그저 그런 혹은 평범한 결과물이 나올 확률? 그런 경우의 수는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동시에 비단 멀기만 하지도 않은 이 영화, 정말이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을 영화로 만든 영화.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가장 영화다운 영화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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