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Jan 14. 2020

미안해요, 리키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끝내주게 재밌었던 영화 ‘포드v페라리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에  시간이 없었다. 거진 한 달 만에 감상하는 영화를 아무 작품이나 보고 싶지 않아 상영작  가장 보고 싶었던 ‘ 로치감독의 신작 ‘미안해요, 리키 2020년의  영화로 감상하였다. 우선적으로 밝히면 나의 선택은 옳았고,  영화를 통해 감독 ‘ 로치 내고자 하는 목소리는 그보다  옳다고 여겨진다.


그의 바로 전작 ‘, 다니엘 블레이크 그러했듯,  작품 역시 영국 내에서 외면받는 하위 계층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니 영국을 비롯한 다른 곳들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현실이라고   있다. 직설적이며 현실적이고 그래서 잔인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삶이 주는 아이러니일 것이다. 영화   부부는 정직하다. 자신들의  일을 성실히  해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자식과 자신의 배우자,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누구보다 처절하게 삶을 감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는 넘치게 존재한다.  6일을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발버둥 쳐도 지갑은 쉽게 두꺼워지지 않으며, 그러한 생활고로 인해 어쩔  없다는 이유로 외면한 부모의 노릇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그대로 겉잡을  없이 복잡하고 심각하게 꼬여버리고 만다.


세상은  이런 식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풍족하고 달콤한데 어떤 누군가에게는 쓰다 못해 처절하고 슬프기에 눈물이 앞을 가려  밖에 아름다운 세상을 제대로   조차 없다.   사이의 간극을 좁혀 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세상이고 국가이며 사랑이라고 여기지만 현실은.. 멀다, 아득하게 그리고 비통하게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딩이 주는 여운이 더더욱 옅지 않다. 눈물을, 피를 흘리면서 현실로 나아가는 리키에게 모든 포커스를 주고  이야기의 매듭을 맺기에  세상을 현실의 이면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원제인 ‘Sorry we missed you,’  ‘미안해요, 리키라고 번역한 건 여러 의미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연히도  영화를 관람하기 불과 몇 시간  어떤 상황을 마주했다. 보내야  택배가 있어 수거를 예약을 해둔 날이었다. 12:00 수거예정이라는 메시지에 맞춰 일터에서  일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12 하고도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여전히 기사님은 오지 않았다. ‘조금 늦으시네라는 생각을   즈음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연신 고개를 숙이시는 기사님에게 나는 괜찮다 라는 말뿐이  수가 없었다. 월요일 오후, 도산대로의 말도 안 되는 교통체증을 뚫고 제시간에 도달하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기에 촉박하게 일정을 잡아두지도 않았다. 나는, 진짜 괜찮았다.

우리는 미안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그토록 미안한 것인지, 정말 미안한 것이지 생각해  일이다.
훗날, 정말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거진의 이전글 포드 V 페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