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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r 02. 2020

1917

‘지옥으로 가나, 왕좌로 가나 혼자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발목이 잡혀 한동안 극장을 가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작품으로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 ‘1917’ 을 애정하고 애정 하는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감상을 했다. 단 한편만으로도 그간 쌓인 갈증과 결핍이 해소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영화는 진하고 선명한 여운을 아로새긴다.


이 작품은 과거 ‘그래비티’ 나 ‘덩케르크’ 가 그러했듯, 감상보다는 체험에 가까운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는 아카데미 촬영상을 거머쥔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 의 영향이 크다고 아니 어쩌면 전부라고 꼭 언급을 해야겠다. 카메라 워킹이 실로 대단하다. 철조망에 걸려있는 시신, 물에 떠 있는 시신 그리고 그 위에서 소리를 지르는 까마귀나 살을 파먹는 쥐들을 확대하거나 강조하지 않은 채 흘러가듯 스크린에 담아내는데 이러한 부분이 되려 전쟁의 참혹함, 암담함 등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데에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전쟁은 특정한 순간이나 몇몇의 부분만이 잔혹한 게 아닌 그 모든 시간 자체가 지옥이라는 소리다.

인트로에서부터 모든 초점이 본진으로 돌아오는 아군 사이를 뚫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두 병사 ‘스코필드’ 와 ‘블레이크’ 에게 맞추어지면서 온 신경이 그 둘에게 집중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시점이 바뀌지 않은 채 롱테이크 기법으로 길게 호흡을 가져가며 둘에게 주어진 명령의 무게를 관객으로 하여금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극의 후반부, 몰입도가 절정에 다다랐을때, 이번에는 적진으로 달려가는 아군 사이를 뚫고 스코필드가 푸른 들판을 달리는 시퀀스는 독보적이면서 이질적인 심장 울림을 자아낸다.

표면적으로 비치는 모습에서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 간에 분쟁으로 그려진다. 그 비극적인 그림을 조금만 확대해서 보아도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개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개인 저마다의 사정과 상황이 존재하며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과 애인이 존재하며 그 끝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눈물을 머금고 목숨을 걸어야 했던 대의명분에는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오로지 사랑이다.

더불어 굳이 극장에 가지 않고서도 한 편의 티켓 값으로 수백수천 개의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더 ’아이맥스’ 로 관람을 하고 싶을 만큼 ‘1917’ 은 유니크한 작품이다. 새삼 이러한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함과 동시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 기생충’ 이 얼마나 큰 업적을 남긴 것인지를 상기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현재, 흡사 전쟁과도 비슷한 이 혼란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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