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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Nov 19. 2021

오징어 게임과 영상 콘텐츠 산업의 변화

글로벌, 스토리IP, IP팬덤 #한류나우

※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한류나우> 2021년 11+12월호의 원고로 발간되었습니다.

PDF 지면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류나우 지면 확인하기


우리가 오징어게임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를 통해 영상 콘텐츠 산업에 나타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산업의 글로벌화, 스토리IP중심 영상화, 그리고 IP비즈니스와 팬덤의 중요성이 그것이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은 과거보다 글로벌 시장과 보다 긴밀한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며, 웹툰과 같은 스토리IP를 활용한 연계의 전략들은 보다 강화될 것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팬덤과의 교류 속에서 IP를 활용한 굿즈 등의 판매와 같은 부가 사업의 가치도 확대될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영상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기반의 팬덤과의 연계를 통해 성장하는 콘텐츠IP 비즈니스로의 성격을 보다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들어가며: 오징어 게임 이후, 판이 바뀌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콘텐츠에 등극했다. 핼러윈을 맞이해서 전 세계에 많은 이들이 코스튬으로 오징어게임 진행요원의 핑크색 복장과 초록색 '츄리닝'을 선택했다. 이미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린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전 세계인의 시각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오징어게임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의 성공이 소위 '원 히트 원더'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영상 콘텐츠 산업에 나타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오징어게임은 유료 구독형 OTT 서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이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메가 히트 콘텐츠가 OTT 서비스를 통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OTT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의 제공은 전례 없는 글로벌 확산의 속도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OTT 중심의 영상 콘텐츠 산업 변화는 아직 초입에 불과하며, 앞으로 이들 OTT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될 한국의 영상 콘텐츠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은 오징어게임 이후 나타날 영상 콘텐츠 산업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OTT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져올 영상 콘텐츠 산업의 변화의 모습을 살펴보고,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기회와 위협을 마주하게 될지 논의하고자 한다. 변화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산업의 글로벌화, 스토리IP중심 영상화, 그리고 IP비즈니스와 팬덤의 중요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오징어게임 이후 나타날 변화 중에서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주요 쟁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변화(1): 미디어스케이프의 글로벌화와 한국 영상 산업의 진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상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글로벌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 영상 콘텐츠의 전 세계 진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 글로벌 편중을 벗어난 방식이 확대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이러한 콘텐츠 지형 변화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에 유용한 개념이 바로 '미디어스케이프(mediascape)'다. 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1990년대에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다섯 가지 '풍경'들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미디어 분야의 풍경이 바로 미디어스케이프다. 그는 당시에 위성방송과 같은 글로벌 영상 유통을 확대하는 기술들이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구성 요소를 미디어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민족적 정체성의 풍경인 '에스노스케이프(ethnoscape)'의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 이러한 미디어스케이프라는 개념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변화시키는 미디어 지형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 DTC' 사업부에 속한다. OTT라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되는(Direct to Consumer) 서비스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들은 과거와 달리 다른 중간 단계 없이 직접 전 세계의 시청자와 연결된다. 그리고 글로벌 제작자들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영상을 우리의 미디어 풍경 앞에 펼쳐놓는다.

꽤 오랜 기간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했던 영화 산업과 달리, 방송영상 산업은 의외로 지역의 사업자의 영향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분야다. 가정의 스크린으로 직접 연결되는 매체적 특성상 오랫동안 주요 방송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높은 규제가 유지되었고, 특히 소유 규제나 편성 등의 측면에서 자국 콘텐츠 중심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들이 지켜지고 있었다. 글로벌 OTT 서비스들은 바로 이러한 방송이란 규제의 틀을 뚫고 직접 시청자들의 스크린에 연결된다. 과거 어느 때보다, 미디어스케이프가 더 글로벌한 요소들로 채워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스케이프의 글로벌화를 경험하는 건, OTT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파두라이가 내다본 것처럼, 미디어스케이프의 글로벌화는 우리의 정체성과 취향에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져다준다. 자막이란 1인치의 벽을 넘어, 새로운 경험과 취향의 형성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OTT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호적이다. 글로벌 시장에 영상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지금보다도 더 다양하게 확대될 것이다. 글로벌 DTC 진출을 확대하고 현지화를 시도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다양한 국가에서 나온 콘텐츠들의 글로벌 공급 사례는 보다 확대될 것이다. 이미 우리도 과거보다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더 손쉽게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의 분화가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보다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아시아 권역에서의 확고환 팬덤을 확보하고 있으며, 오징어게임을 통해 더 넓은 권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글로벌 OTT 사업자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아직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점에서 검증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국내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영상 제작의 기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지금의 대형 콘텐츠 제작의 흐름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현지화의 필요가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단기적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시기에 최대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지금 열린 기회가 장기 지속될 수 있도록, 성공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많은 이들이 이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변화(2): 스토리IP 중심의 영상화의 본격화

두 번째 변화의 흐름은 웹툰, 웹소설과 같은 스토리IP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의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오징어게임이란 작품은 황동혁 감독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과는 거리가 있는 사례다. 그러나 앞으로 공개가 예정되어 있는 콘텐츠들의 라인업에서 웹툰이 원작이 되는 콘텐츠가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지옥'이나 디즈니플러스의 '무빙', 애플TV플러스의 '닥터 브레인'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스토리IP의 활용은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검증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비용이 필요한 영상화가 갖는 흥행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전에 웹툰 등을 통해 형성된 팬덤은 공개될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자이자 전파자로서 온라인 환경에서의 홍보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영상화된 작품이 공개되면, 이와 연계하여 원작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토리IP의 활용은 해외 서비스에 대한 IP 유출의 우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특성이 있다. 영상화 권리를 넘겨주더라도, 원작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의 전개의 권리는 여전히 국내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연계하는 '세계관' 전략의 확대 속에서 스토리IP를 활용한 경험의 확장의 기회를 늘려나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영상 콘텐츠는 시각적 경험의 극대화를 통해 좀 더 단기간에 팬덤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IP 확장에서의 상호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스토리IP 생태계가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은 앞으로의 영상 콘텐츠 지형의 변화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국내 스토리IP의 강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왓패드와 래디시라는 북미 지역 중심의 웹소설 서비스를 인수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특히 왓패드와 같은 서비스는 현지의 작가들이 자신의 웹소설을 업로드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확보하는 스토리IP의 '국적'이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한번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미국의 작가가 쓴 웹소설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다. 국내 기업이 이들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여, 국내 작가와 함께 웹툰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들을 해외에 진출해있는 웹툰 서비스를 통해 공개한다. 웹툰을 통해 확장된 팬덤의 힘을 토대로, 글로벌 OTT 기업과 영상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지의 배우들이 참여하고, 국내 영상 제작사가 참여한 작품이 글로벌 OTT를 통해 서비스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서, 우리가 전통적인 의미의 '한류'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이를 뒤집어보면, 한국 작가가 창작한 세계관을 글로벌 OTT가 서비스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는 상황들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 없는 한류, 한류 없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스토리IP 중심의 영상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팬덤, 창작자와의 연계를 넓혀가는 일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제작 역량'에 한정될 수 없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은 보다 확장된 스토리IP 생태계의 일부로서 유기적인 기업 간 협력과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3): 영상 콘텐츠 IP 활용 비즈니스의 확장

마지막으로 주목할 변화의 흐름은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IP를 활용한 부가 사업의 확장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모든 IP 권리를 넘겨주는 계약에 대해 가장 많은 이가 아쉬워한 부분은 바로 다양한 '굿즈'의 판매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유독 독창적인 시각 요소들로 주목을 받았고, 이러한 요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화되었다. 특히 핼러윈 기간과 겹치며 공식적인, 또는 비공식적인 관련 상품들의 판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콘텐츠IP 활용에 있어서 라이선싱과 상품화를 통한 굿즈 등의 부가사업의 확장은 수익성의 극대화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최근 콘텐츠IP를 활용한 라이선싱 시장은 기존의 영유아 중심의 완구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세대에게 소구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상품군을 확장하며 성장하고 있다. 과거보다 대중적인 브랜드 소비가 줄어들고 개별적인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콘텐츠IP를 활용한 상품들은 팬덤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갖는 새로운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이러한 IP 확장이 시도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스타워즈 등 글로벌 팬덤을 가진 슈퍼IP들은 영상 콘텐츠 자체보다 이러한 부가사업의 수익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국내 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이러한 IP 비즈니스의 확장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있다. 콘텐츠 창작 자체가 사업의 핵심 영역을 차지하는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전문성을 요구받는 IP 부가사업으로의 확장은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오징어게임의 독특한 성공은 분명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도 글로벌 단위의 IP 부가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적어도 독특한 아트웍의 활용 등과 같은 IP 사업화에 대한 권리의 일부라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기획 단계부터 보다 체계적인 IP비즈니스 전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관련된 전문성을 갖는 주체들과 영상 콘텐츠 산업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들을 늘려나가고, 관련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노력들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가는 글: 오징어 게임의 '다음'을 준비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살펴보았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은 과거보다 글로벌 시장과 보다 긴밀한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며, 웹툰과 같은 스토리IP를 활용한 연계의 전략들은 보다 강화될 것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팬덤과의 교류 속에서 IP를 활용한 굿즈 등의 판매와 같은 부가 사업의 가치도 확대될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영상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기반의 팬덤과의 연계를 통해 성장하는 콘텐츠IP 비즈니스로의 성격을 보다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글로벌 확장의 관점에서 우리의 영상 콘텐츠라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필리핀 배우가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고백한 일은 앞으로 나타날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주목하게 될 때, 그들은 우리가 가진 미숙하거나 편협한 시선들의 문제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때로는 아시아에서 온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이들이 제기하는 부당한 논란도 보다 자주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산업이 보다 글로벌한 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이러한 확장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우리 산업의 성숙의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는 노력을 이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콘텐츠IP 중심으로 변화하는 산업 지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IP 중심의 비즈니스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이 지금 확보된 기회를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보다 확장된 IP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 기획과 산업 간 연계의 노력들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응을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간 협력을 도울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도 보다 정교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일들을 현실화해준 중요한 전환적 사건이었다. 이제부터의 변화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아직 전 세계의 사람들도, 아시아의 콘텐츠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통해서 우리가 떠올린 변화된 미래의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과도하게 표현하기보다 예상되는 필요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태도가 더 필요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이 열어준 새로운 기회를 통해 더 크게 도약하는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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