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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Apr 01. 2022

K드라마의 인기 비결과 과제

KTV '강하다K' 인터뷰 원고

KTV 생방송 대한민국의 '강하다K'라는 코너에 나가서 K드라마를 주제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https://www.ktv.go.kr/content/view?content_id=645200

인터뷰를 위해 답변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했던 답변 원고를 올려드립니다.


Q) 최근 넷플릭스 상위 10개 작품 중 6개가 한국의 드라마입니다그야말로 전 세계가 K드라마 앓이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될 텐데요전 세계에서의 K-드라마 열풍어느 정도인가요?

A)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공하는 영상 순위가 있는데요.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비영어 TV 분야 1위에서 10위까지 순위에서 여섯 작품이 한국 작품입니다.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영어권과 비영어권을 합쳐서 보더라도, 사내맞선이 4위, 스물 다섯 스물하나가 8위에 해당되는데요.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대작이 아님에도, 이 정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한국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전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Q) 이렇게 K-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A) 일단, 콘텐츠의 품질이 높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한국은 대중문화 영역에서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고, 정말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시장입니다. 좋은 배우들, 좋은 제작진, 좋은 이야기가 이런 환경 속에서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플랫폼의 역할인데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드라마가 연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점점 더 우리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세계 전역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런 K-드라마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이 바로 작년에 전 세계를 뒤흔든 오징어 게임부터 일 텐데요오징어 게임의 등장 이후로 K-드라마 산업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오징어게임의 성공이 의미가 있는 것은, 한국의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기존에는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많았고, 콘텐츠의 기획에서도 이러한 시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이를 넘어서서 전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콘텐츠의 기획, 제작의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고 생각하구요. 또 한국 드라마의 확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많은 글로벌 진출의 기회가 국내 산업에 열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오징어게임은 굉장히 특정한 장르 팬덤의 취향에 맞춰어진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도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전세계의 팬덤을 대상으로 보다 독특한 작품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없던 작품’들이 한국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 또 오징어게임 이후 나타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배우 윤여정 씨가 인터뷰를 통해서 화제가 된 내용이죠.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드라마가 있었다.” K-드라마 산업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된 계기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와의 협업 이후가 아닐까 합니다최근 한국 드라마 산업에 대한 해외 OTT 업체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요?

 A) 한국 드라마를 원하는 글로벌 OTT 업체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올해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거라는 전망도 나온바 있는데요.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 제작사와 5년간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또 ‘무빙’이라는 작품에 5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2021년에 5천5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국내에서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정도 투자는 이미 국내 시장만을 기대하고 하는 수준은 넘어선 것이구요. 한국 콘텐츠를 통해서 다른 나라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 하지만 이런 해외 OTT들의 한국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 배분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오징어 게임의 경우 전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추가 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구조인데요이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A) 오징어게임은 사실 우리가 만들긴 했지만, 그 권리는 모두 넷플릭스가 갖는, 넷플릭스의 작품이지요. 저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수익의 배분 만의 문제라기 보다, 이 작품의 앞으로 생명력을 이어간다고 할 때, 이러한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도, 우리의 권한이 전혀 없다는 부분 등에서도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오징어게임 이후로 이러한 계약의 한계에 대한 많은 비판과 대안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구요.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창작자의 권리가 조금 더 보장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 투자와 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조금 더 높아지고, 글로벌 사업자와도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필요하구요, 제도적으로도, 조금 더 세밀하게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웹툰과 게임영화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이 드라마 장르와 융합하고 있는데요앞으로 K-드라마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

 A) 아까 말씀드린 ‘사내 맞선’이란 작품같은 경우도,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이 된 작품입니다. 이렇게 콘텐츠 지식재산, 즉 IP를 활용하게 되면, 하나의 작품의 흥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계된 작품들이 함께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즉 드라마를 보고, 이 IP의 팬이 되신 분들이 웹툰과 웹소설로 돌아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선순환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IP연계와 융합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대되는 부분은, 바로 웹툰 자체가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렇다면, 드라마의 인기가 웹툰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과 결합되면서, 보다 오랜 기간, 보다 넓은 지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P 중심의 산업 변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의 생명력이 지금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우리가 거두고 있는 좋은 성과가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한국 작품과 IP에 대한 팬덤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도 우리의 K-드라마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가 되기 위해 어떤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지금 K드라마는 정말 이 전에는 전례가 없던, 좋은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지금의 기회를 활용해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점에서 몇가지 필요한 정책적 노력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작은 규모의 제작사들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수준의 대형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들이 필요할 것이구요. 조금 더 실험적인 작품들도 시도될 수 있는 투자의 재원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또 지금의 제작 경쟁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 같은 인프라의 구축도 필요할 것이구요. 또 글로벌 팬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우리 창작자들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들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들을 앞으로도 더 잘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전세계에서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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