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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Jul 18. 2021

한류와 국가-정책의 관계에 대한 단상

한류 정책 논의를 좀더 정교하게 하기 위한 시각

1. 산업 정책 측면(직접적인 산업에 대한 지원, 제도와 문화의 개선, 수출 및 해외 시장 개척)과 외교 정책(해외 홍보) 측면의 논의는 분명 연결되어 있지만, 잘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서 국가의 역할과 해외에서의 한국 콘텐츠 팬덤의 형성 현상인 '한류' 현상의 촉발-확대-활용 측면의 국가의 역할은 일의 성격에서나 주체의 구분에서나 많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정책의 흐름과 목표 등에서의 시차도 존재한다. 한국 사람들과 외국 사람들의 한국 콘텐츠와 한류 현상에 대한 인식에도 시차가 있고, 이런 시차가 인식의 고착 혹은 편견의 형성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1-1. 산업 정책 측면에서 긍정적인 국가의 역할 중 대표적인 것은 제도 및 문화 개선(검열 폐지 등)과 투자 구조 형성(모태 펀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재정적 지원의 측면에서 보면, 국가의 직접적 지원의 영향이 큰 영역(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중간 정도의 영향이 있는 영역(영화, 방송), 그리고 상대적으로 국가의 역할이 매우 적었던 영역(케이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제일 논의의 핀트를 엇나게 하는 지점도, 가장 국가의 기여가 적었던 분야(케이팝)가 한류의 최전선을 열어갔다는 아이러니 때문일 것이다.


 1-2. 해외 문화 홍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류'가 본격적인 국가 정책의 중심에 제대로 놓은 것은 이번 정부 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도 엄밀히 나눠야 할 것은, '한국'이란 나라의 해외 홍보 체계의 구축이란 측면에선 국가의 역할이 적지 않고, 못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해방 이후 부터 냉전 질서 하에서의 독특한 입지와 연계된 산업적 수혜가 중요한 국가였고, 이런 점에서 국가 역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외교 역량에 대한 투자의 우선 순위는 분명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문화홍보 관련 기구의 형성이나, 국제방송 등과 같은 미디어 수단의 활용 측면에도 꽤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이 투입되었다. 


 문제는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는 이러한 '해외 홍보' 측면에서 주류적 입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류 '동원'의 흑역사 중 하나는 2010년대 초반의 '한류 3.0' 정책인데, 이는 대중문화 한류를 '이것은 진정한 한류가 아니다'라고 규정하며, 전통문화 중심의 홍보 전략으로 한류를 전유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한류' 정책으로 인식되던 것들이 많은 이의 비판을 받았던 '한식 세계화' 등의 이벤트로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은 '국가가 한류에 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발화에 힘을 더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 정부 들어와서 한류가 정책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그것이 전통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프트파워' 관점의 외교적 측면의 영향력으로 인식되며 정책 우선순위가 재평가된 영향이 있다. 그러니 '공공외교' 전략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루어졌는데 이제서야 '한류'가 공공외교 논의의 중심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새롭게 판이 열리다보니,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적은 스피커들이 다시 외교 관점에서 한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있었던 답답한... 논의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 글도 직접적으로 그런...흐름 속에서 쓰게 된 것이기도 하다.) 


2. 지금도 답답한 측면은 있지만, 한류 전문가로 칭해지는 집단의 성격과 역량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변화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러모로 지금이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문화연구라는 비판적-맥락적 접근을 훈련받았으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영어라는 언어 자원을 가진 학자들이 자리를 잡으며, 해외로의 코멘터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한류' 관련 정책 기획-집행에 있어서도 이들 학자들의 참여-관여의 기회가 여러 이유에서 늘어났다. 지식의 접근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비판적 관점을 공유하면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연구자 집단의 형성은 지금까지의 답답한 상황을 그래도 개선시킬 수 있는 담론 지형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3. 다만, '한국 콘텐츠 산업'과 '한류 현상' 모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언론학 분야 내에서만 보더라도, 문화연구, 국제커뮤니케이션, 미디어산업론과 미디어쟁책연구의 관점에서 더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지역연구자들과 경제, 외교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전반적인 논의의 수준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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