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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Sep 19. 2019

'콘텐츠산업 3대 혁신 전략' 단상.

정책금융, 실감콘텐츠, 신한류라는 3가지 키워드.

지난 17일, 콘텐츠산업 3대 혁신 전략이 발표되었다. (링크 참조)

개인적으로 이번 발표에서 주목하게 된 부분들을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이번 정부 들어 첫 콘텐츠 관련 VIP 행사였다는 점. 참고로 참여 정부 때도 콘텐츠 관련 행사에 VIP가 딱 한번 참석한 적 있었는데, 이때는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 들이 있었고, 이는 문화산업진흥기금 폐지와 모태펀드 신설로 연결되었었다.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톤의 발표였고 적어도 콘텐츠 산업이 '혁신성장'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정책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가 승인해준 것이란 점은 주목할만 하다. 



2. 세 가지로 단순화 된 전략 중 '정책 금융'이 첫번째로 제시되었고, 그 핵심이 모태펀드와 보증에 있다는 점. 2017년까지만 해도, 문산기금 재설치와 같은 담론들이 시중에 돌고 있었고, 기금 신설에 부정적인 기재부 기조를 뚫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 분야는 정책의 최우선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엔 관계자들의 모태펀드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스타트업 육성과 금융 산업 혁신 등과 같은 논의들 가운데서 모태펀드의 역할, 신보, 기보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금융 역시 기금 신설 보다는 모태펀드의 분화(역할 분담)와 재원 확충, 콘텐츠IP 보증 확대 등으로 방법론을 전환했고, 이번에 1조원 규모의 추가 투입이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올해 상반기 기재부 발표는 5천억 규모였음). 실제 PDF로 된 원문을 보면, 깨알같이 모태펀드의 성과로 '배틀그라운드'(블루홀)가 등장하고 있다.


 2-1. 그런데 펀드가 핵심이 된다는 건, 결국 정부의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원문을 보면 제작 지원은 예술성, 독립성 등이 있는 작품들로 제한하고, 성장 단계의 산업 영역은 펀드를 통해 육성한다는 방향성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과거 진흥원의 심사를 통한 직접 지원이 점점 더 민간VC들을 통한 투자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위험 투자의 위축을 이번에 신설한 모험투자펀드를 통해 역할 분담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결국 '될 콘텐츠'를 고르는 건, 점점 더 VC의 안목에 맡겨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콘텐츠 산업 정책의 효과성은 진흥원의 역량보다 VC 생태계의 건강성에 더 의존하게 된다는 말이다.


 2-2. 보증과 관련해서는 이미 18년 12월에 신보와 콘진원의 협력을 통해 '신한류 보증'과 콘텐츠IP보증'의 도입이 발표된 바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콘텐츠 기업 보증 확대도 이러한 콘텐츠 분야 특화 보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기존에는 콘텐츠 프로젝트의 완성과 관계된 '완성보증'이 핵심이었다면 올해부터 IP활용과 해외 진출 분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문화부의 정책이 '더 많은 콘텐츠의 완성(제작)'으로부터, '콘텐츠를 활용한 기업 성장의 지원'으로 시야를 옮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3. 결국 이 두가지 흐름을 종합하면, '콘텐츠의 더 많은 창작'에 주목하며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부터, '콘텐츠와 연계된 기업의 성장을 돕는 금융 인프라의 구축'으로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두번째로 실감 콘텐츠 육성은 그나마 정부가 직접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영역이자, '5G'와의 연관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강조되어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산업 초기 단계에는 관련 인프라 구축과 직접 제작 지원, 공공 프로젝트를 통한 수요 창출 등 나름 정부의 역할들이 많고, 그 분야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서면서도, 혁신성장의 중요 키워드인 5G의 조기 정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한 분야라고 볼 수 있겠다. 어찌보면, 가장 전통적인 정부 육성 정책의 틀에 가까운 사업들이 제시되어 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육성 정책에 부정적일 수도 있으나, 아직 죽음의 계곡의 과정을 견뎌야 하는 관련 스타트업 들에겐 의미있는 재정 지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 분야가 완전히 망할 분야면 모르겠으나, 지금으로보면 그러긴 어려운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니 말이다.



4. 마지막으로 신한류. 원문을 보면, 그동안 논의 되던 한류 관련 사업들이 총망라되듯이 들어와있다. 콘텐츠 기업 입장에선 현지정보 제공강화, 지재권 보호 강화 등이 의미는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핵심은 국내 kpop 콘서트 확대와 해외 한국어 교육 확대에 가 있는 듯 하다. 대부분의 사업은 2020년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서 더 익숙해 보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존의 한류 정책이 '국가 브랜드', '소프트파워'와 같은 단어들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철저히 소비재 및 지식재산 수출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한국어와 쌍방향 문화교류도 '지속가능한 한류'를 키워드로 묶여 있다.) 



5. 이런 계획들은 늘 비슷비슷해보이지만,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나타난 변화들이 있다. VIP가 참여한 행사를 통해 제시된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1)산업 자체는 금융을 통해 민간에서 키운다 2) 그 산업은 5G 기술과 같은 혁신성장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3) 그 산업의 핵심 가치는, 결국 소비재 수출과 방한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적 성과로 나타난다, 라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그동안 문화 정책과 산업 정책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콘텐츠 정책이 '산업' 정책으로서의 방향성을 분명히 한 덕에, 이번 정부에서 드디어 VIP 행사라는 일종의 '승인'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실제 비전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언제나 그렇듯 여기에 담긴 문장들의 행간이 구체화 되는 과정을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기존에 여러가지 정부의 욕망이 엉켜있던 콘텐츠 정책의 방향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분명해진 건 주목할만한 일이다. 


(여기에서 부턴 참고 자료)

참여정부 문화산업정책비전 보고회(2013년 12월 17일). 5분 4초부터. "..예산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구조와 시장 자원이 형성된 곳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

실제로 2004년에 문화산업진흥기금 폐지 논의 시작. 2005년 모태펀드 문화계정 신설 논의. 2006년말 기금 폐지 및 잔액 모태펀드 이관.


그리고 모태펀드 문화계정에 대해 잘 설명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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