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민 Feb 16. 2023

지상파의 넷플릭스 예능 제작,
어떻게 볼 것인가

피지컬100, 글로벌 제작경험 확보와 IP 전략의 딜레마

MBC에서 제작한 예능 콘텐츠 ‘피지컬100’이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PD저널에서 지상파 사업자 내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번 성과의 의미를 다루었는데요. 이에 대해 드렸던 코멘트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글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관련 기사 링크입니다.

[묻힐 뻔한 ‘피지컬: 100’, MBC는 모험을 택했다]


지상파 방송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제작을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이익이랑 손해를 좀 나눠서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무얼 얻을 것이고,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선택을 하느냐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했던 제작진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이러한 제작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험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무형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OTT 중심의 시장 변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지상파 등 기존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제작 역량의 후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도는 방송 사업자도 글로벌 제작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는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맥락으로 보고 있는 건, 예능 콘텐츠 영역에서 나타나는 제작 부문의 구조 변동이다. OTT에 대한 주목 보다 더 무서운 건, 우수한 창작자의 이탈일 수 있다. TEO나 에그이즈커밍과 같은 제작사 뿐 아니라, '솔로지옥'을 만든 '시작 컴퍼니'와 같이 최근 예능PD들의 독립 및 제작사 창업의 움직임이 거센 상황이다. 즉, 적절한 커리어 레코드를 가진 창작자는 OTT 펀딩을 받으면 굳이 방송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묶여 있을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과거 드라마 시장에서 벌어졌던 제작사 창업 붐이 OTT로 인해 예능 영역으로 확대되는 국면으로도 볼 수 있다.


이때, 지상파 방송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어떻게 제작 역량을 회사 내부에 유지할 것인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피지컬100'의 사례는 외부와 내부에 '우리는 창작 역량을 갖춘 집단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지속가능한 창작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작 중심의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볼 수 있느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피지컬100 뿐 아니라, MBC D.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티빙에 공급한 만찢남도 함께 고려해야 할 흥미로운 사례다. 단순히 글로벌 OTT가 아니라, 어디든 기획이 맞는 플랫폼이면 어디든 보낼 수 있다, 라는 신호를 내-외부에 동시에 준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아무래도 콘텐츠 IP의 확보 문제다. 기존에 오징어 게임이란 교훈이 있었음에도 예능 분야는 아직 우리의 콘텐츠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증명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점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예능 분야에서도 IP에 대한 보다 예민하고 정교한 접근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에도, 피지컬100의 글로벌 버전의 제작에 있어서 우리의 권한이 없다면, 이후의 2차적 콘텐츠의 확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치는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으로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가치를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의 계약들이 앞으로 너무 오래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이번의 성공을 지렛대 삼아서 점차 오리지널IP를 확보해서 그 IP를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우려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 다변화 속에서 국내 OTT 사업자 들과의 협력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국내 OTT 사업자의 콘텐츠 수급에 있어서 방송 사업자들과 어떤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방송 사업자들도 해외 플랫폼 우선 공급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면, 그것은 국내 플랫폼과 국내 제작의 연결점에 있어서 균열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미디어플랫폼 동반 성장의 관점에서는 좋은 신호로 보긴 어렵다. 또 국내 플랫폼이 취약해질수록 우리는 해외 플랫폼에 계속 제작 투자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IP 문제는 앞서 논의한 제작 경쟁력 강화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창작자들이 글로벌 경험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후 이런 인력들을 계속해서 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 모델, 즉 IP 중심의 전략적 성장 모델이 중요하다. 단순히 제작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역량의 축적과 IP중심의 성장이 결합되는 선순환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