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라이선싱페어 2022'가 보여준 애니-캐릭터 IP생태계 변화 읽기
위의 링크는 이번 '캐릭터라이선싱페어2022'에 대해서 '캐릭터 업계'와 '애니메이션 업계' 반응을 구분해서 보도한 기사다. 이 기사에는 콘텐츠IP 판의 변화 속에서 캐릭터라이선싱페어의 위치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있다. 2016년부터 매년 캐릭터라이선싱페어를 빠지지 않고 관람했던 입장에서, 이번 페어를 보며 고민했던 것들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2010년대의 캐릭터라이선싱페어는 [영유아애니IP+완구시장]의 긴밀한 결합이 열어준, B2C 대호황의 시기를 겪었다. 당연히 관련 정책파트도 [애니-캐릭터]의 결합의 형태였고, 캐릭터페어는 영유아+부모 관객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팬덤 기반의 B2C 행사의 모범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애니-캐릭터 결합에 균열이 생기고, 콘텐츠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나타났다. 일단 [캐릭터 창작-애니메이션 방영을 통한 IP 가치 증대-라이선싱 비즈니스 활성화를 통한 성장]이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EBS 중심의 애니-판권 시장이 유튜브로 넘어가면서, 영유아IP의 일종의 과점적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비싼 돈을 들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보다, 키즈 유튜버와 협업하는 방식이 더 유용한 상황이 열린 것이다. 키즈-애니메이션의 성장 공식이 막혀가던 시기에, 애니메이션의 정책 파트너는 '대중문화'에서 '영상콘텐츠(영화)' 분야로 변경되었다. 애니-캐릭터 연합은 정책 단위 수준에서 깨어졌고, '순수' 캐릭터 업계는 이모티콘 시장과 같은 기존과 다른 성장의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었고, B2C 기반의 페어는 2년간 변화를 유예했고(이 자리를 채운 건 '라이선싱콘'이라는 콘퍼런스-워크숍이었다), 드디어 다시 오프라인 페어를 재개했다. 이번 행사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각자의 입장과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유아 애니-캐릭터 B2C 페어의 열기를 기대한 사람에겐, 만족스럽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대신 그동안 이런 '애니'캐릭터에 자리를 내주었던 '순수' 캐릭터 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팬덤을 만날 기회가 열린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여전히 '영유아' 관객의 비중이 높았던 기존 행사의 레거시를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B2C 행사의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행사의 규모나 내용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어찌 보면,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어)의 자리를 라이선싱페어가 따라잡았던 역사가, 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이런 변화가, 다른 판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