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의 성장 요인과 전망 #신문과방송
※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의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OTT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23년에 들어오면서, OTT를 비롯한 ‘성장’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사업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애초에 OTT에 대한 기대에는 수익 보단 성장성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감의 대전제인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구독자 수의 증가율은 정체되고 있고, 계속되는 콘텐츠 제작 비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 우려 역시 높다. 앞으로 OTT의 성장이 무엇을 통해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OTT 시장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나누어 본다면, 이용자 규모 자체를 확대하거나, 기존 이용자에게 돈을 더 받거나, 확보한 콘텐츠의 수익성을 높이거나, 광고나 커머스 등 외부의 재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타난 우려의 본질은, 결국 이용자 규모 확대에 기반한 성장 전략이 단기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국내 OTT 사업자의 입장으로 생각해본다면, 각자의 국내 구독자 수의 증가의 가능성을 탐색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다수의 OTT를 구독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며 시장 전체의 파이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선 서비스 간의 수평 이동에서 기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성장 속도가 제한된 상황에서 수익 개선을 위한 선도 사업자의 시도가 나타난다는 점에 있다. 당장 수익성의 개선을 시도하는 디즈니플러스는 ‘무빙’의 흥행과 더불어 구독료를 인상했고, 넷플릭스는 계정공유 금지 정책의 한국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금지는 국내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가진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OTT 구독에 대한 파이를 나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국내 OTT 사업자에겐 위협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OTT 시장 자체에 대한 총 구독의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한 지배적 사업자를 제외하면 불리한 상황이 마련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OTT 입장에서 선택 가능한 방향은 해외 진출을 통한 가입자 규모의 확대일 수 있다. AI,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방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해외진출은 시장 규모의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당장의 수익화 측면에선 어려움이 많은 전략이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원이 만만치 않으며, 많은 경우 현지화에 필요한 노력의 효율화를 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은 큰 반면 성과 창출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해외 진출이 필요한 다양한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적용 방식은 음원의 대체다. 특히 예능 콘텐츠 분야에서 강점을 갖는 국내 OTT 서비스들 입장에선 해외로의 콘텐츠 공개 단계에서 국내와 다른 음원 저작권 관련 제도의 차이가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음원 이용에 대한 선 이용-후허락이 용이한 국내 환경에서 제작된 예능 콘텐츠는 수출할 때 권리 확보가 되지 않은 음원을 대체해야 하는 ‘재제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인공지능을 통한 음원의 생성을 통해 해당 재제작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해외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해소될 수 있게 된다. AI기술기업 포자랩스가 만든 AI음원 플랫폼 ‘비오디오(VIODIO)’가 대표적인 사례다.
번역과 더빙의 자동화 가능성 역시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기대 요인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국내 OTT 기업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번역과 더빙 등 언어 변환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어준다면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추전과 같은 경우도 해외 시장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 라이브러리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발표한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미디어와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전 단계에서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는 전략은 이러한 방향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전략이 당장 OTT 사업자들이 수익성의 개선을 요구 받는 상황에서 단기적 대응 차원의 해법을 제공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신기술을 활용한 시장 확대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또한 해외 시장 개척은 기술 경쟁력 뿐 아니라 규제와 현지 사업자와의 협력 등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영의 경험이 높지 않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전략은 사실 보조적인 역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OTT 경쟁의 중요한 요소였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전략의 연장선에서 콘텐츠의 활용성을 높이는 전략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전략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워더브라더스 디스커버리I(WBD)가 지난 6월 경쟁사인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급하는 비독점 방식의 판매를 시도한다라는 소식을 알린바 있다. OTT의 재정적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 콘텐츠 투자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서 기존의 ‘독점’ 전략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국내 OTT 사업자인 티빙의 오리지널 작품인 ‘몸값’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 경우는 물론 글로벌-로컬 OTT의 협력 관계에서 나타난 사례이긴 하지만, 콘텐츠의 유통 범위의 확장을 위한 OTT 간의 협력이란 점에서는 주목할만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외부의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 역시 성장 동력의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광고를 도입하려는 시도(FAST), 그리고 커머스 산업과 연계된 모델(아마존프라임과 쿠팡플레이)에 대한 주목도 결국 어떻게 OTT에 대한 주목을 돈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연계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기존 유료 방송 시장과 같은 미디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OTT라는 혁신이 기존의 질서를 흔들어 놓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미디어 산업 요소들이 재배치되는 국면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OTT 시장은 이제 콘텐츠를 통한 경쟁에서 콘텐츠를 통한 수익화로 게임의 법칙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구독 중심의 모델이란 단일한 OTT의 유형에서 벗어나, 단건 구매 VOD 판매 모델을 추가로 적용하려는 시도(쿠팡플레이, 왓챠) 역시 변화된 시장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는 결국 ‘OTT’라는 서비스 유형이 갖는 가치와 효용을 수익적인 측면에서 증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OTT로 옮겨온 이용자의 주목을 어떻게 수익이라는 가치로 만들어낼 것인지의 문제를 둘러싼 모델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의 성패는 OTT 사업자 각자가 자신이 가진 경쟁력으로 어떻게 새로운 연결의 성과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OTT라는 서비스는 영상 소비의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미디어 시장에 변화를 촉발했다. 그 변화의 결과 생태계의 여러 요소들의 재배치와 재묶음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OTT가 보여준 혁신과 성과는 변화의 시작점일 수 있다. 앞으로의 OTT의 성장은, 그 변화의 과정을 통해 보여줄 ‘OTT의 쓸모’와 이로 인한 재묶음화(rebundling)의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