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yeon Jun 19. 2022

런던에서 온 해리엇 -마침-

이제 다시 런던으로

2022/6/3~6/17(2weeks)

이 주간 지연하우스에 게스트로 머물렀던 해리엇이 영국 으로 돌아갔다.

2000년생. 대학원생. 런던 거주.

밀레니엄 베이비인 해리엇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런던의 가장 오래된 고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9월부터는 대학원에서 도시지질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15살 때부터 염원했던 한국행이 코로나로 인해 계속 미뤄지다가 큰 결단을 내리고 속행했다. 주변인들의 코로나에 대한 걱정, 분단국가에 대한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처음 와 본 아시아, 처음 와 본 한국 그리고 서울 이태원. 하루하루 충실하게 본인이 만들어 놓은 여행 일정을 섭렵하면서 이 주를 보내었다.

저녁이 되면 지연 언니에게 자신의 그날 여행이야기를 들려 주고 다음날 여행 계획을 브리핑했다. 씻고 밤 12시면 잠들고 7시면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해리엇은 정말 멋진, 완벽한 여행자였다.


그제 강화도에서 돌아오고 그녀는 남산에 오른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녀가 남산에 있는 동안 나는 부지런히 김밥을 말았다. 마틸드에게 김밥을 싸 준 것을 인스타에 올렸었는데 그걸 부러워 하고 있던 해리엇. 그녀의 최애 한국 음식은 김밥이다. 가기 전에 김밥을 같이 싸서 피크닉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그 대신 강화도에 갔으나 그래도 그녀가 좋아하는 김밥을 가기 전에 먹이고 싶었다.


남산에서 바로 내려 온, 발간 얼굴로 격앙되어 있는 해리엇에게서울에게 Good Bye 인사를 잘 남겼냐고 묻자, 일본인 절친이 있어 간단한 일본어 인삿말을 구사할 수 있는 해리엇은


“언니 저 서울한테 さようなら(사요나라: good bye)가 아니라 またね(마따네: see you)라고 했어요. 다시 올 거니까요”

라며 일렁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울컥이는 목소리를 애써 꾸욱꾹 눌러내며 대답을 한다.


지연언니가 싸 준 엉터리 김밥과 오뎅국을 냠냠 맛있게 다 먹은 그녀에게 굿바이 허그를 해 주었다. 내가 새벽에 집을 나가 해리엇이 가는 것을 아침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가면서 잘가라는 인사를 현관에 붙여 두었더니 짧은 답메시지를 남겨 두었다.

방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니 그녀가 게스트북에 남기고 간 글이 보인다. 내 지메일에는 그녀의 여행리스트가 빼곡히 담긴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서울의 관광특구에 살면서 먹고 사느라 바빠 잘 안 움직이고 있다는 말에 자신이 다녀온 일정등을 공유해 준 것.


이번 여행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이 확고해졌고 내년에는 교환학생으로 꼭 다시 서울에 오겠다는 그녀. 그때까지 한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그때는 꼭 지연언니랑 한국어로만 대화하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다.

짧은 그녀와의 동거는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이 어린 친구는 나에게 아름다운 교훈을 남기고 갔다. 내가 진정 이런 개인실을 하는 것에 대한 처음의 마음을 되짚어 보게 됐달까.


해리엇은 런던에 잘 도착했고 엄마가 가꾸시는 정원 꽃사진을 보내왔다. 가드닝을 하는 엄마께 드릴 거라며 한국식 왕골 챙모자를 선물로 사고 신나했었는데 해리엇 엄마가 그 모자를 쓰시고 예쁜 꽃들을 잘 가꾸시길 바란다.


아무튼 잘 재우고, 잘 있게 하고, 잘 보내고 호스트 임무 끝!

작가의 이전글 런던에서 온 해리엇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