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yeon Jul 01. 2022

마틸드와 해리엇 -3-

며칠 전에  지연하우스 단합대회.

해리엇과 마틸드를 데리고 강화도에 다녀왔다.

곧 출국을 앞둔데다 그동안 말도 잘 듣고 착하게 지낸 기특한 해리엇에 대한 포상과 곧 다시 지연하우스로 들어올 마틸드에 대한 환영의 의미. 굳이 의미를 찾자면.

본인이 계획한 모든 itinerary(여행일정)을 클리너한 해리엇에게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어떻게 보면 봉사(!)의 의미로 떠난 강화도는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힐링과 영감을 주는 시간이 되었다.


저녁 전에 돌아와야 하는 짧은 일정.

각자에게 본인들이 가고 싶은 곳의 링크를 보내라고 시켰더니 희망한 두 곳의 장소. 강화역사박물관과 전등사.

오히려 이 심풀한 일정이 우리 마음을 꽉 채운다.


고인돌이 있는 강화역사박물관에서 세 시간쯤 있었나. 자세한 역사 자료와 그 당시 상황을 재현한 미니어처들 그리고 영화 영상까지. 은근히 볼 게 많고 교육적이다. 5진 7보 53돈대라는 어마어마한 군사시설을 갖출 정도로 외세의 침략을 막아 왔던 강화도의 역사에 새삼스레 탄식이 지어진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침략했던 모습을 담은 더미들을 보고 영국군이 아닌 것에 묘하게 안심하는 해리엇.


예술가인 마틸드는 도기(ceramic)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Ceramicist인 엄마한테 사진을 보내서 그대로 만들어 달라 그랬면 되겠네 했더니 “그래서 찍는 거임” 대답하는 마틸드.


전등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절도 드리고 우거진 나무와 연못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절 내 카페에서 시원한 차도 마셨다. 이제 돌아가면 어떤 계획이 있냐며 해리엇에게 물으니


Harriet: 런던에 며칠 있다가 스코틀랜드 친구들을 보러 애버딘 시티에 가요. 한 일주일쯤 머무를 듯요. 돌아와서 다시 서점에서 일해야죠. 대학원이 9월까지니까 그때까지는 일할 것 같아요.


이제 한국에 3주 더 있기로 한 마틸드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Matilde: Marriage(결혼).


대충 어떤 대답이 나올지 알면서도 질문했지만, 지연은 크하하핫!!! 빵 터지고 해리엇은 예의 크 고요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마틸드도 지가 말에 자기도 우스워져 크크크 웃기 시작한다. 참고로 마틸드의 남편은 BTS의 RM. 단 그는 본인이 결혼한 사실은 모름.


원래 가려고 했던 강화도 초인기 맛집 중국집은 대기가 너무 길어 못 들어가고 바로 근처 홍콩반점에서 런치를 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다시 이동하기도 힘들고 어짜피 한국 짜장면 안 먹어 본 애들인데 뭐… 프랜차이즈니 반타작은 하것지 하고 들어간 집. 다행히 평균 아주 보통의(아니 조금 못미치는) 맛은 해서 그럭저럭 먹었다. 아니 해리엇과 마틸드는 오히려 아주 좋아함. 다행이다.


차멀미가 심해 헤롱거리는 자이언트 베이비 해리엇과 너무 이른 일정으로 졸려워 떡실신한 마틸드를 싣고 정체가 한창인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고독한 드라이버 지연.


세 번째 지연하우스 단합대회는 이렇게 마침.

끝.

작가의 이전글 마틸드와 해리엇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