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소방관 글렌

by Jiyeon

이 친구는 글렌.

미국 뉴저지 호보켄에 살고 멋진뿜뿜 소방관이다.

내가 사는 집은 방이 세 개인데 방 하나는 내가 기거하고 나머지 방 두 개는 외국인들에게 빌려 주고 있다.

글렌은 한국에 온 게 처음이었고 스테이 목적은 골프 연습이라고 했다.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양질의 코칭 기술로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을 찾은 것.

미국에서 오는 친구들은 새벽 비행기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부킹해 준 택시를 타고 집을 찾았고 아침 7시, 아직 깨지 않는 눈꺼풀을 비비고 현관 문을 열자 문 앞의 계단에 앉아서 문을 열어 주길 기다리고 있던 글렌. 커다란 핑꾸 골프백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침 그날 체크아웃하는 다른 게스트와 인사를 시키고 선후배 관계를 주지시키고 둘이 나가게 했다. 이 모든 건 호스트의 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삶의 스킬. 두달이나 있던 전 게스트는 자신의 경험을 후배(!) 게스트에게 전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불뚝불뚝한 터다.

이 친구는 나의 집에 이 주간 있었는데 강남 에어비앤비에 장기 체류 예약을 하고 비어있는 기간에 머물 곳을 찾다가 나의 집을 예약한 것. 마침 다음 날 다른 방에 뉴저지 출신 한의사 꿈나무 게스트가 와서 둘을 친구시켜 주었더니 꽤 잘 맞는 여행버디가 되었다ㅣ. 화기애애한 쉐어하우스 느낌으로 지내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How are you?” “What’s your plan tor today?” 같은 일상적 질문으로 스몰 토크를 하곤 하는데 오늘 오후에 병원에 간다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물었다.

“Are you okay? Where does it hurt?”

한참을 멋적게 웃으며 대답을 망설이더니 하는 대답,

“Plastic surgery”

오마이가쉬..


호스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의료관광게스트였다니…

8년간 숙소를 운영하면서 한번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문의가 왔을 때 몇 번 거절을 했었다.

호스트들이 의료관광(이라고 쓰고 대부분 성형관광) 게스트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다.

침구류에 피를 묻힌다. 피 뿐만 아니라 다른 분비물들도. 진하게 묻는 혈액 오염은 특수 세탁을 해야 지워지거나 폐기처리된다.


아프고 수술 후의 흉측(!)한 모습에 외출이 어려워 집에 하루종일 있는다. 집에 하루종일 있다는 건, 집에서 요리를 해 먹거나 배달을 많이 시켜 먹는다는 것을 의미. 즉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몸이 아프니 그런 걸 제대로 하기 어렵다).


환자 특유의 어두운 에너지가 숙소를 가라앉게 한다. 그냥 신나서 한국왔다! 하며 여행을 다니는 일반 숙박객들과는 기운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혼자 힘들어지지 호스트에게 하는 요구가 많아진다. 본인이 아플 때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이유들로 꺼리는 대상인 의료관광게스트인데 이 친구는 나에게 미리 말을 하지 않고 숙박을 했다.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런다고 내보낼 수도 없고 이미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는 내 소중한 게스트다.

그럼 내가 이 친구를 위해 해야할 일은 우선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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