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경제기적
(프란츠 알트/ 양문 / 초판 6쇄/ 2005.04.01)
- 생태적 경제기적 -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다. 한국이 경제 재건을 한다는 건, 쓰레기 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무색하게 세계 10위 권의 경제국이 되었고, 세계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되었다.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다. 세계 경제 11위의 국가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 탄소 배출량 세계 9위 국가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만큼, 경제도 쑥쑥 컸다.
새로운 기적이 필요하다. 그 기적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혹은 줄이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이라는 틀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깨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 기초를 파괴하는 비사회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을 살리고,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성장 모습과는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나아가는 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책, <생태적 경제기적>의 저자 프란츠 알트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향은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고, 자가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농업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고,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이용하고, 농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건 현재 많은 뉴스에서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다만, 주목할 건 책이 한국에 출판된 게 2004년이라는 점, 독일에서는 그전에 출판되어 이러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20년 가까이가 지난 지금, 책의 내용들은 현실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여전한 생각도 있다. 이런 생각이다. 성장 없이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이라고 하고, 녹색성장이라고 하지만 그 앞에 녹색이 주목받기보다는, 그 뒤에 성장이 주목받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한다. 녹색이 조금 연해져도 성장이 진해질 수 있다면 괜찮다는 모습.
저자가 말하는 건 생태적으로 바꿀 때,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앞바퀴가 방향을 정하고 뒷바퀴는 따라오듯 한다는 이야기다. 즉, 녹색을 더욱 짙게 칠하면 성장도 더욱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녹색이 진해질 때, 우리는 보다 깨끗한 공기,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알트가 서술했듯, 미래 세대에는 더 깨끗한 공기, 맑은 물을 물려주는 걸로 앞선 세대를 평가할 것이다. 앞선 세대가 뒷단의 성장으로 평가받았다면, 미래는 앞단의 녹색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할 거란 뜻이다.
프란츠 알트의 지적처럼 현대 사회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성장의 그림자를 깨닫고, 점점 어두운 걸 지워나가는 모습이다. 실제 책 앞단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 그 당시 기사들을 보여주고 앞으로는 이런 게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 뉴스에 빠지면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빼곡하게 해당 기사 쌓여있는 걸 본다.
저자가 말하는 건 생태적 경제기적이다. 굳이 기적을 붙인 건, 그 일이 자전거 조금 탄다고 해서, 태양광 조금 설치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기적처럼 생태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를 이루고, 자연 시스템을 따라 설계된 경제가 필요하다. 그 시스템에 원전이나, 석탄, 석유가 낄 자리는 없을 것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여전히 원전, 석탄, 석유에 관련한 내용을 보고, 투자가 늘고 확대가 는다는 이야기를 본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 기적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에겐 기적이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기도한다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움직일 때 일어난다. 한강의 기적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든 사람들의 피와 땀이 흘러서 일어난 것처럼. 피땀 어린 부딪힘이 발생할 때, 생태적 경제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밑줄
- 미래의 노동은 더 유연해질 것이다. 이는 미래의 노동이 더 여성화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성들이 임신, 생리, 그리고 파트타임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풀타임의 임금노동 남성, 가부장적으로 경도된 노동조합, 남성 지배의 기업가 연합보다 더 유연하게 노동 세계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트너 관계와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 남성과 여성에게는 시간에 대한 지배권이 성공적인 삶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미래의 정보시대에는 고전적인 '고정된 노동시간'은 과거의 것이 될 것이다. 어떤 여성이 노동 벌레와 결혼하고 싶겠는가? 그리고 또 어떤 남성이?(p.31~32)
- 유연한 노동시간이 가져올 커다란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다. 그렇다면 공룡 노동조합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해서 있는 것일까, 조합원이 노동조합을 위해서 있는 것일까? 변화된 생활양식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호모루덴스로서 더 많은 '놀이터'를 갖기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 노동조합을 말이다. 오늘날에는 '가사에만 매인 사람'이 조롱당하지만, 앞으로는 '직업만 가진 사람'이 조롱당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탄탄한 가정의 미래는 가사노동의 분할과 직업 노동의 분할을 실현하는 데 있을 것이다.(p.32)
- 중요한 것은 항상 성장이다. 성장 없이는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경제적 몰이해를 우리는 아직도 현실 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착가 속에 빠진 베를린 정치인들의 언어 속에서 이 사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성장이 전부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옛것을 관리할 능력도 거의 없고, 새로운 것을 꾸미기에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p.33)
- 경제와 사회 분야의 늙은 전문 정치인들이 새로운 생태 문제가 낡은 사회 문제를 몰아냈다는 것을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심각한 보복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의 기초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비사회적인 것은 없다.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은 우리가 연금을 80마르크나 100마르크 더 받거나 덜 받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맑은 물, 건강한 땅,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물려주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할 것이다.(p.33)
-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날 자동차라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산업의 역사에서 최대의 실패작이다. 오늘날 1유로를 주고 사는 휘발유 1리터는 1만 리터의 공기를 오염시킨다. 단지 1리터로 말이다. 그런데 그 전체 비용을 청구받고 값을 지불하는 쪽은 아이들이다. 젊은 세대는 우리가 오늘날 저지르는 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윤리적인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p.47)
- 비전을 가진 사람은 전염성이 강하다.(p.64)
- 선진 산업국가의 대다수 사람들은 경제적 빈국들의 인구 증가를 최대의 환경문제로 바라보고, 환경문제가 출산율 제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무슨 천박한 논거인가. 우리 행성이 직면하고 있는 중심 문제는 가난한 나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중심 문제는 부유한 나라들의 잘못된 에너지, 교통정책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p.103)
- 녹색혁명은 농부가 앞으로 에너지 사업자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농부들이 앞으로 40년이 지나면 삼림과 지역 경작지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여 총에너지의 3분의 1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농부는 미래의 에너지와 자원 생산자인 것이다.(p.154)
- 농업이 범한 최대의 실수는 농산물도 산업 생산품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말에 설득당해버린 것이다. 식품은 자동차가 아니다. 각종 산업체에는 전지구화가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에는 그렇지 못하다. 수십억의 인구가 과잉생산에도 불구하고 굶어 죽어가고, 생물종이 사멸해가고, 거대 식량 메이저에 맞추어진 제3세계의 생산구조가 앞으로 20년 안에 수십억 소농들의 경제적 생존을 말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농업의 전지구화는 틀렸다는 것을 말해준다.(p.158)
- 미래의 세계는 에너지, 원자재,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그럼으로써 좀 더 생태적이고 경제적으로 자원을 다루는 법을 배운 기업이 주도할 것이다.(p.193~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