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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Feb 26. 2023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책,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의 공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 김영사/ 1판 23쇄/ 2022.08.05)



군 복무를 할 때다. 우리 부대는 매주 월요일 오전엔 정신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전투체육을 실시했다. 정신교육은 간부들이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번 빠지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명강특강'이었다. 명강특강은 유명 작가, 교수, 여행가, 화가, 창업자 등이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유의미하게 쓰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재천 교수님을 알게 된 것도 이 명강특강 때문이었다. 당시 교육 영상 제목은, <나는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 초대 국립생태 원장 최재천이다>였다.


최재천 교수님은 해당 영상에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한 직장에서 계속 있을 수가 없고, 어느 시기에 배운 하나의 지식을 평생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공부 해야 한다. 교수님은 그 공부 방법으로 '통섭'을 말한다. 통섭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학문을 함께 아우르며 공부하는 걸 말한다. 영상에선 삽질을 비유해 말씀하신다. 하나를 깊이 파기 위해서는 옆을 파야하기 때문이다. 당시 군대에 있으면서, 비유도 찰지고 내 미래를 생각했을 때 너무 맞는 말이라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 당시에 '통섭'을 꼭 읽어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재천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잊고 있었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왜 공부해야 할까.


책, <최재천의 공부>는 최재천 교수님과 안희경 기자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주요 내용은 공부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왜 공부해야 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어떤 제도들이 준비되어야 하는지 등등을 다룬다.


앞서 강의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말했듯이 이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사회다. 또 그 분야를 점점 옆으로 넓혀가야 한다. 기후변화를 예로 들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전기, 교통, 건설, 농업, 대기 등등이 있고, 이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누어진다. 인간이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량은 정해져 있기에, 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른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 모르는 게 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까지는 '책'이다. 아직까지,라고 단서를 둔 이유는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언젠가는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님은 책에서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교수님에 따르면 취미 독서는 있을 수 없다. 책이란 본디, 선조들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남겨놓은 것이다. 그 지식을 전달받는 데 취미라니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취미 독서가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취미 독서는 있을 수 있다. 취미로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독서는 빡세게 하는 거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독서를 하게 되면,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또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가령 기후변화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기후변화의 갈래가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다. 원인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농업, 전기, 산림, 교통, 건설 등 다양하다. 얼핏 기후변화는 '탄소만 배출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다 보면 정말 너무나도 복잡하고,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책들은 그 내용을 분량에 상관없이 정리해 놓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보다 보면, 전혀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고, 새롭게 알아야 하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올라온다. 이렇게 내가 모르는 걸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옆으로 퍼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라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한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눈으로 좇지 않으면 안 된다. 빡세게 해야 한다. 관련 책들을 끊임없이 찾고 읽어야 한다.


물론 독서만 한다고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리하고, 써야 한다. 쓰지 않은 기억은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남는다고 해도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는다.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기억보단 기록이다. 그래야 언젠가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때, 다시금 살펴볼 수 있다. 또 그 기록을 오랫동안 가져가고 잊어버리지 않고, 내것으로 만들기 위햐서는 말해야 한다. 최고의 공부는 남을 가르치라고 하지 않나. 이처럼 읽기를 통해, 쓰기로 넘어가고, 쓰기를 통해 말하기로 넘어가야 한다. 최재천 교수님이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할 만큼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배움이다. 그 배움의 지식과 지혜를 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을 위해서든, 내 일을 위해서든 상관없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요즘처럼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때에는 더더욱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아직도 유효한지 검토해 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공부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서를 읽을 수도 있고, 연구 자료를 읽을 수도 있고,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책을 쓰고, 연구를 하고, 자료와 보고서를 쓸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 배움이 있다. 배움을 써야한다. 그 배움들 속에서 만들어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관점과 가치관을 갖고 업무에, 일상에 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 과정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또 그런 걸 알았을 때 또다시 공부에 임해야 한다.


나도 끊임없이 배우며,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정리하며 공부해야겠다. 그렇게 나의 지식을 넓혀가며, 자연스럽게 깊어져야겠다. 배울게 너무나도 많다. 정말 끊임없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밑줄

- (최)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p.39)


- (최)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입니다. 요즘 그 아이는 저도 모르는 것까지 어디서 뒤져와서는 저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니?"라고 물으면, "지난번에 도서관에 갔을 때 봤어요."라고 말해요. (p.43)


- (안) 칙센트미하이 선생님도 저에게 "교사는 필요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이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는 헝가리 시골에 있는데, 여러 학년이 한 교실에서 그룹별로 수업을 하면서 윗반이 아랫반을 가르쳐 주며 서로 배우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칙센트미하이 선생님이 그 방식을 최고로 치는 이유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서로를 돌보는 보살핌을 발현시킨다는 점인데요. 학교에 오면 윗반 선배들이 아랫반 후배들의 외투를 벗겨주고 신발 끈을 풀어주고, 수학도 6학년이 4학년을 가르치고 5학년이 3학년을 이끌어준다고 합니다. 그럼 교사는 뭐 하느냐 물었더니, 판을 벌이고 그저 바라보면 되는 거래요.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서로 소통하게 하는 거니까 그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p.44~45)


- (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뭘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자원을 동원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죠. (p.64)


- (최)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대가는 능력이 출중해서 하나씩 모두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로 올라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도 꼭 완벽하지는 않다는 제 나름의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의 구성 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p.83)


- (최) 초등학교 3학년 때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어요. 4학년 때 한참 다른 걸 공부하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예전에 풀지 못한 문제를 봤는데 답이 보이더군요. '작년에는 이 쉬운 걸 몰랐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더라도, 다른 걸 하다가 예전 걸 얼핏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p.83)


- (최)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은 사회생활을 바쁘게 합니다. 오케스트라도 해야지, 학생회도 해야지, 축구도 봉사도 해야 해요. 그런 활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해서 성적을 잘 받은 아이들을 서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공부는 언제 할까' 싶은데 시험만 보면 잘 보는 그런 아이들을 떠받드는 분위기죠. '내가 이 정도 되는 사람이다'를 동료들에게 알려야 하는 스트레스가 학생 시절부터 있어요. 저는 그 학생에게 모든 걸 미리 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p.101)


- (최) 저는 답장을 안 하는 건 거절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거절 답장이지만 보내죠. 놀랍게도 거절 답장을 받았는데도 굉장히 호의적으로 응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p.119)


- (최) 책은 우리 인간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발명품인데, 그 책을 취미로 읽는다? 이건 아니죠.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책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도 최악의 발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은 3차원을 보게끔 진화했어요. 책은 평면에 글자를 새겨서 만든 2차원 물건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눈이 아파요. 책은 눈을 망가뜨린 원흉이에요. (p.144~145)


- (최)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야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도 배우지 않았는데 술술 읽힐까요? 난생처음 붙든 양자역학 책의 책장이 척척 넘어갑니까? 진화심리학이 하도 뜬다니까 '좀 읽어 봐야지'라고 생각하곤 붙잡았는데, '와! 잘 읽히네' 하면 거짓말이에요. 당연히 안 읽힙니다. 그런데 그 책을 있는 힘을 다해서 끝까지 읽고, 또 비슷한 진화심리학 책을 사서 읽다 보면, 세 번째 책은 참 신기하게 술술 넘어갑니다.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p.145)


- (최) 어른이 배우고 훈련받을 곳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지금, 결국 책밖에 없어요. 취미 독서는 아예 깨끗이 잊으세요. 독서는 일입니다.(p.147)


- (최) 하버드대학교는 대놓고 '우리는 리더를 기르는 대학이다'라고 선언해요. 리더는 일단 말을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토론 수업 성적을 낼 때 누가 말을 잘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점수를 줍니다. 누가 설득력 있게 말했고 가장 잘 이끌어 갔는가를 채점하죠. 토론을 잘하려면 말이 짜임새 있어야 하고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니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고요. 글을 잘 쓰려면 책 읽기가 필요한 거죠.(p.148)


- (최) 우리가 50년 동안 나무를 키웠잖아요? 나무를 심고 그 정도 지나면 키는 얼추 클 만큼 다 큽니다. 그렇다고 탄소흡수력까지 멈췄을까요? 다 자란 어른 나무들이 줄 맞춰 서 있으니 비좁아서 옆으로 살이 찔 수 없는 것뿐입니다. 키는 컸는데 옆으로 못 자라니 예전보다 흡수량이 생각만큼 늘지 않아요. 그럼 여기서 뭘 해야 하느냐? 싹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빽빽한 숲을 솎아주는 겁니다. 그래서 키가 다 큰 나무가 옆으로 크면서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 거지요. (p.162)


- (최) 간벌을 해야죠. 그러면 나무의 몸집도 커지면서 북아메리카 국립공원들 안에 있는 레드우드 Red-wood 같이 자랍니다. 산림청은 그 단계까지 안 가고 지금 탄소 흡수량 그래프가 약간 꺾이기 시작한 것만 보여줍니다. 간벌을 하면 다시 성장할 텐데, 그곳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중략) 30~50년 된 나무를 호흡 곤란한 중늙은이 취급해서 베어내고, 갓난아이를 줄 세우는 묘목을 심자는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데이터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p.163)


- (최) 가장 적응을 잘한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시대에는 아무도 안 떨어져요. <나는 가수다>의 방송 마지막 날, 사회자가 "오늘은 아무도 안 떨어집니다"라고 했어요. 다들 의아해하니 "오늘이 마지막이거든요"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웃었어요. 풍요로운 시절에는 아무도 도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힘들어지면 제일 못하는 끝이 사라집니다. 1등만 남겨놓은 일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그동안 어땠죠? "국민 여러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말했잖아요. 80억 명 중에서 2등을 한 사람을 두고 안타깝다니, 어처구니없는 말이죠.(p.167)


- (안) 제가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거부한다면, 전체 세상의 변화를 마지막까지 제가 막고 있는 거고요.(p.169)


- (최) 제자가 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선생의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씨앗을 자기 그늘에 뿌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내치죠. 그래야 씨앗도 뿌리는 내리고 서로가 잘 자랄 수 있어요. (p.207~208)


- (최) 하두봉 교수님이 퇴임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백 번을 새로 태어나도 내 주제에 어떻게 <네이처>에 논문을 싣겠습니까! 제자 덕에 <네이처>에 이름이 실려본 사람입니다." 퇴임하는 노 교수가 당신 제자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진짜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때 또 한 번 다짐했죠. '나도 제자의 공을 꼭 기억하리라. 제자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늘 조심하고 삽니다. (p.208)


- (최) 지금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들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거의 안 읽는다고 해요. 거기에 몇 년 전부터 주류가 된 결정판들이 등장하기에, 그 위주로 읽다 보면 빅데이터를 분석할 의미가 없는 분석을 하게 된다고요. 그냥 주류만 계속 보는 거라고요. 오히려 그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판도를 대략 읽고, 변방에 있는 비주류를 찾아서 읽어본다고 합니다. 그중에 어느 것은 몇 년이 지나 주류가 된다는 거죠. 지금 주류를 보고 있으면 얼마 후에 주류에서 밀려날 것을 보는 것이고, 자꾸 비주류를 뒤지다 보면 거기서 주류를 진입하는 경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논문을 꼭 유명한 저널에 내려고 애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냥 내면 다 찾아본다고 조언해요. 빅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무조건 최고의 저널만 읽었을 거예요.(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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