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 쇼피파이, 월마트가 아마존 시대에 성장한 방법
코로나19는 비극적인 전염병이지만 이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브랜드를 꼽아보라면 아마존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 큰 줄 알았는데, 또 커버렸다.
지금은 전무후무하게 큰 기업이 되어버렸지만 아마존의 등장 이후 이미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고 했었다. 사실 미국이란 큰 땅덩이에서 익일 배송을 실현해낸 아마존만큼 유통을 꽉 잡고 있는 브랜드도 없다. 남성복 맞춤복 브랜드 보노보스(현재 월마트에 인수)의 CEO 앤디 던은 2013년, ‘이커머스는 곰(E-Commerce is a Bear)’라는 글에서 아마존을 용맹하고 무자비한 그리즐리 곰에 비유하며 일찍이 아마존의 포악함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만약 당신이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면 당신은 지역 브랜드하고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사업자와 경쟁하는 셈이다. 이런 시장에서 하나의 전국적 승자가 발생한다. 이 승자는 규모와 비용에서 무자비하며, 아주 장기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선구적인(visionary) 리더가 이끈다. 이런 기업은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몹시 강력하다.
또한 이런 기업은 성장할 경우 위협이 될 만한 경쟁자를 영리하게 인수한다. 특별한 멤버십을 활용해 고객들이 더 지불하게 하기도 한다. (...) 이런 기업은 존재한다. 바로 아마존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모든 오프라인 유통망이 죽은 것도 아니고, 다른 온라인 브랜드들이 경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제일주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를 해낸 것일까?
스퀘어는 트위터의 CEO 잭 도시가 CEO로 있는 기업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끼워 사용하는 작은 정사각형 카드 리더기를 판매한다. 2009년에 창업하여 2013년까지 5년 사이에 매출이 거의 13배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결제의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2014년, 아마존이 직사각형 카드 리더기를 만들면서 이 브랜드도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아마존화(Amazonization)되어버릴 수 있는 위기였다.
아마존은 파트너사가 상상 초월로 많은 브랜드였고,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에 스퀘어는 중소기업체를 찾았다. Small business로 일컬어지는 소상공인, 즉 롱 테일의 수요에 집중한 것이다. 스퀘어의 공동창업자 짐 맥켈비(Jim Mckelvey)는 유리 공예가로 일할 시절, 카드 결제에 진절머리가 나서 스퀘어 창업에 동참했다고. 이렇게 스스로의 니즈에서 착안하여 스퀘어는 연 매출이 12.5만 달러 (약 1억 5천만 원) 이하 사업장들을 찾아다니며 결제 수단으로써 스퀘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독 미국 시장분석 글에서 ‘Small Business’라는 말을 많이 보는데, 우리가 말하는 중소기업보다는 자영업까지 포괄하는 의미인 듯하다. 2015년 스퀘어를 분석한 벤처비트는 스퀘어의 성공 전략을 바로 이 ‘Small businesses’를 꼽으며, 미국 통계청에 의하면 미국 전역에는 이런 소규모 사업장이 2800만 개가 있으며 전체 매출의 54%, 전체 일자리의 55%를 차지하며 1982년 이후 49% 성장할 만큼 빠르게 증가한 시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규모의 경제상 스퀘어(2.75%)는 아마존(1.95%)보다 수수료가 높기도 했는데, 그만큼 급여, 송장, 대출 관리 등 금전적 정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에 대한 여러 결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대금을 나중에 받기도 했고, 매장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스퀘어 캐피털 사업도 시작했다. 또한 송금 앱인 캐시를 통해 임금을 관리하는 통장 기능도 통합적으로 제공이 가능했다. 특히 캐시는 계좌가 없어도 돈을 받을 수 있어 벤모 등 송금 앱 경쟁자들에 비해 고용주들의 임금 제공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정말 아예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아름다운 성장을 일궈냈고, 2015년 상장 이후 현재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1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아마존이 너무 규모가 커져 놓친 롱테일을 제대로 타겟해 성공한 셈. 2020년 2분기 성적도 꽤나 양호하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우수한 편이다.
다음은 이커머스에서의 대표적인 아마존 대항마, 쇼피파이 되시겠다. 쇼피파이는 이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하여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의 카페24를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재고관리, 결제, 물류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만 제공 중인데, 이제 곧 아마존처럼 물류 및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쇼피파이 풀필먼트 네트워크(SFN, Shopify Fulfillment Network)로 나아갈 계획을 작년에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로 더욱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류 로봇 회사 ‘6 리버 시스템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마존도 ‘키바’라는 물류 로봇으로 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캐나다 증시 1위 기업이기도 한 쇼피파이는 현재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순위에서 이베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약 60만 명의 판매자가 가입되어 있고, 친환경 신발 브랜드로 최근 한국에도 상륙한 올버즈, 인스타그램 팔로워 1.9억 명에 빛나는 대표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의 카일리 코즈메틱 역시 쇼피파이의 고객이다. 쇼피파이는 마케팅과 판매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특히 스트라이프와 손잡고 출시한 쇼피파이 페이먼트라는 자체 결제 시스템은 결제 수수료만 있고 거래 수수료는 없어 각광받는 중이다.
쇼피파이는 최근 숍(Shop)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쇼피파이 솔루션을 사용하는 앱들이 입점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지그재그 느낌을 생각하면 좀 와닿을 것 같다. 그렇지만 광고비나 플랫폼 입점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유사한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점에서는 핀터레스트와 유사하고, 근처에 있는 브랜드를 추천해준다는 점에서는 당근마켓이랑도 유사하다. 코로나로 인해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고. 페이스북이 최근 출시한 페이스북 샵과 손잡기도 했다.
최근 나이키나 디즈니 등이 소비자에게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 탈 아마존을 선언하고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D2C를 선택해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브랜드들은 점점 아마존의 통치를 벗어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런 솔루션을 제공하는 쇼피파이의 미래도 밝을 수밖에 없다. 빠른 배송이나 많은 매출이 브랜드는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밑에 실적 발표 자료와 주가 차트를 보면, 2020년도 2분기에 흑자 전환을 하며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 이번 분기에 시장 기대치였던 5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14억 달러의 매출을 냈다. 전년 대비 무려 97%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작고 귀엽지만 28.4만 달러를 기록했고 EPS (Earning per Share, 주당 수익)은 29센트 기록.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솔루션 매출인 Merchant Solutions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진짜 희한하다. 코로나 시대에 월마트가 왜 이렇게 잘 나가는가? 약간의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의 JC페니 등 여러 백화점 업체가 파산을 선언한 것을 생각하면 오프라인 업체치고 아주 선방하는 셈이다.
일단 7월 아마존 프라임에 대항하는 멤버십 서비스인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를 예고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달 출시되었어야 하는데 현재 코로나19로 미뤄진 상태. 요즘 구독 경제 이름이 붙으면 다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트위터에서 구독 경제 전문가 채용 공고를 내자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일단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연간 98달러에 식료품 당일 배송, 주유 할인, 특정 제품 우선 거래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기 상품의 조기 접속 등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고, 주가는 약 20% 정도나 급등하기도 했다.
이런 단기적이었던 반짝 효과 외에도, 2번에서 언급한 쇼피파이와 지난 6월 손을 잡았다. 월마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라는 오픈마켓 서비스를 통해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릴 전략이다. 언뜻 보면 아마존의 전략과 유사해 보인다. 매장이 전 세계적으로 1.1만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강자인 월마트는 쇼피파이의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월마트 풀필먼트 서비스(WFS)를 제공하겠다는 셈이다. WFS는 지난 2월 출시된 서비스로, 보관이나 배송은 물론이고 교환이나 환불까지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2일 내로 배송을 해주고, 홍보도 해주며, 인기가 좋은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하게 해 준다. 올해 안에 쇼피파이 판매자 1,200명 이상을 유치하여 판매 품목을 다양화하여 온라인에서도 아마존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쇼피파이 역시 부족했던 오프라인에서의 터치 포인트를 메꿀 수 있고, 월마트의 트래픽을 입점 브랜드의 트래픽으로 포섭해올 수 있다.
그 외에도 월마트는 본인의 강점인 신선식품과 많은 매장 수를 잘 살리고 있다.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에서 10마일(약 16km) 내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많은 매장 수와 쉬운 접근성을 활용할 수 있는 섹터야말로 신선한 식료품. 아마존 역시 홀푸즈를 인수하고 아마존 고 등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빨리 상하기 쉬운 상품 특성상 소비자는 오프라인으로 사는 것을 더 편안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 후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클릭 앤 컬렉트 (Click & Collect) 모델을 채택하고 있고, 픽업 스탠드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
덕분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성장했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강점인 오프라인을 제대로 살리고, 약한 온라인 부문에서는 제2의 강자 쇼피파이와 손잡는 제휴 전략을 사용하면서 월마트는 아마존에,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 빠르게 대응했다. 이런 민첩함 역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기존 시장 체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모든 것이 바뀌는 상황에서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대응해낸 세 가지 기업의 사례는 앞으로 기업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말해주고 있다. 1) 경쟁자가 취약한 시장을 타겟하고 (스퀘어), 2) 경쟁자가 해결하지 못한 니즈를 해결해주며 (쇼피파이), 3)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등 (월마트) 각자 선택한 전략은 다르지만 모두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안의 송곳은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된다는 의미이다. 사용자의 니즈는 다양하다. 하나의 정말, 정말 뾰족한 장점만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
* 본문의 그래프는 모두 Yahoo Finance를 참고하였으며, 이 글이 작성된 2020/08/23의 지표입니다.
* 이 글은 절대 매수/매도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