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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용 Sancho Dec 28. 2020

이직 후 PM이 처음 해야 할 것

내가 이직했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개인적으로 PO/PM 직군으로 이직은 딱 두 번 해봤다. 처음은 삼성전자(상품 기획 및 해외 마케팅)에서 쿠팡으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이직했을 때, 두번째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Booking.com으로 Product owner라는 같은 직무로 옮겼을 때다.


쿠팡으로의 이직의 경우 S/W Product management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의 이직이었고 생애 첫 이직이었기 때문에(삼성전자가 첫 직장) 적응을 위한 전략이고 뭐고 없었다. 모든 걸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웠다. Web/인터넷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업계, 개발, 디지털 마케팅 관련한 용어과 개념을 배우면서 동시에 Product management도 사수나 주위 사람들을 통해 배웠다. 당시 Stakeholder였던 마케팅 팀장에게 가서 까놓고 “나 이런 거 하나도 모르니까 좀 알려달라”면서 광고 채널, user acquisition cost, LTV 등에 대해 A4 용지에 적어가면서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배움에 정진(?)을 했지만 Booking.com에 와서도 또 한차례 폭풍 학습을 했다. Booking.com은 PO/PM의 역할이 쿠팡보다는 좀 더 명확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4~5년 전 얘기다) 물론 쿠팡과 Booking.com의 조직 구조나 문화 자체가 많이 달랐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기준으로 비교를 할 순 없지만, 최소한 Booking.com은 애자일 개발에 대한 경험이 쿠팡보다는 길었으며, 미국, 유럽 및 인도의 메이저 인터넷 업체에서 온 동료들로부터 좋은 practice를 배울 수 있었고, A/B 테스팅의 수준도 높았다. 이 과정에서 많이 질문하고, 싸우고(?), 피드백을 받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도 (또) 많이 겼었다.


이번 글은 ‘내가 이직했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PM으로 이직 초기에 해야 할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난 번 글 ‘스타트업의 첫 PM이 해야 할 일’에서 언급했듯이 조만간 경력상의 변화가 또 있을 것 같다. 이에 다른 회사로 옮기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내가 쿠팡에서 Booking으로 이직했을 때 경험했던 실수와 아쉬웠던 점에 대한 회고를 해보았다.  


1. 해당 산업(Industry)과 주체들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자.

[필요한 것] 

해당 비즈니스를 만드는 주체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언제 어떻게 돈이 오고 가는지에 대한 이해 

우리 회사는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맡고 있고, 누구와 거래하고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해

[내가 못했던 것] 

파트너(호텔리어 측)가 사용할 제품 담당이라고 해서 초반에는 파트너에 대한 공부만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Marketplace 비즈니스 구조에서 공급(부킹 가능한 호텔 룸) 측면만 공부하는 건 반쪽짜리도 안된다. 결국 파트너도 수요(부킹을 할 게스트)의 트렌드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양쪽 주체의 니즈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 필요하다.


2. 매니저에게 '이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자. 

[필요한 것] 

승진 싫어할 사람 많진 않다. 하고 싶다면 '어떻게 승진 대상자를 뽑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실히 알아두자. 그리고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도 대놓고 물어보자. 새로운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면 개인의 경력 관리도 일찍부터 할 수 있다. 

[내가 못했던 것] 

한국은 좀 다를 수 있어도 유럽과 미국(풍문으로만 들었소)에서는 '열심히 한다고' 승진을 챙겨주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얘기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늦게 깨달았다.


3. 조직이, 팀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빨리 파악하자. 

[필요한 것] 

팀이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파악을 빨리 해서 나중을 대비하자. 상사와, 팀원들과 논쟁을 벌일 날이 멀지 않았다. 

[내가 못했던 것]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입사했던 3년 전에 부킹닷컴은 모든 소프트웨어(작던 크던) 릴리즈를 A/B 테스트를 통해 했고 자체 개발한 A/B 테스트 툴을 통해 결과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나도 쿠팡에서 A/B 테스트를 했었지만 부킹닷컴은 훨씬 더 상세히 가설을 잡고 지표를 선정하며 통계적으로 유효한 결과를 얻기 위한 여러가지 고민을 한다. 처음 몇 번은 이런 문화 및 '통계'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물론 졌다...여담이지만 이런 논쟁을 영어로 하는 것도 처음에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4. 당신 제품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사용자 여정(user journey) 등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파악하자. 

[필요한 것] 

당신이 맡을 제품이 회사의 전략 그리고 사용자의 삶/업무(B2B인 경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자신의 제품을 바라보자. 당신 제품이 사용자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확인하자는 말이다. (이런 넓은 시야는 본인 팀의 현재 성과 뿐 아니라 나중에 시니어나 리더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못했던 것] 

나의 경우 당시 신설됐던 팀을 맡게 되었다. 단기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었으며(주위 많은 동료들의 평이다), 나도 숙박(hospitality) 산업과 주체들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맡게 되어서 시야가 좁았다. 우리 제품이 사용자의 삶(업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것이 (파트너 및 Booking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얕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풀어보고자 했던 문제를 깊게 분석해 보지 못했고 초기 성과도 미미하였다.  


5. 상위 부서 및 자기 제품의 주요 지표를 확인하고 회사 전체 지표와의 연결을 파악하자.

[필요한 것]

위 4번과 사실 유사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상위 부서 및 자기 제품의 주요 지표에 대해 알아보고 그 주요 지표가 회사 전체의 지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내 제품이 회사 전체의 비즈니스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확인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발전시켜야 할 지 파악할 수 있다. 대쉬보드를 확인하고 없다면 만들자. 

100% 확실한 지표를 찾기 힘들어도 최대한 '내가(우리 팀이) 한 일이 회사의 비즈니스 혹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를 찾아 팀원들 뿐 아니라 매니저, 상위 조직장들과 align을 하자. 

[내가 못했던 것] 

사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제품의 주요 지표와 회사의 주요 지표와의 연결점을 찾기 쉬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어려운 편에 속했다. 이 연결점을 찾지 못하면 본인 뿐 아니라 팀원들도 '그래서 내가 한 일이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지?'라는 의구심을 계속 갖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의 성과 평가 뿐 아니라 사기에도 영향을 준다.  


6.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질문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내가 못했던 것]

처음에는 혼자 끙끙 싸매고 혼자 집에서 야근도 종종했다.(이 동네에선 야근은 거의 안한다고 본다) 하지만 모두가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된다. 첫 한 두 달은 무조건 질문을 빨리 많이 하자. '내가 바보같아 보이면 어쩌지?'라는 고민하지 말자. 질문을 짊어지고 있다가 너무 늦게 하는 것보다 빨리 물어보는 게 낫다. 다음 주 목요일에 있을 매니저와의 1:1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물어보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참고>  

1. 사실 써놓고 보니 지난 번에 쓴 ‘스타트업의 첫 PM' 글과 겹치는 부분이 꽤 많다.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2.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First 30 days as a product manager(PM으로 이직 후 첫 30일 동안 해야 할 일)’와 같은 글이 많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이 고민하는 질문인 것이다. 나도 예전에 그런 글들을 읽어보고 해당 에버노트 링크와 같이 정리해 본 적 있으나, 이번 글은 순전히 내 경험을 회고한 내용이다. 물론 예전에 읽었던 글이니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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