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미 Sep 20. 2019

공병


칙, 칙-


공병에 향수를 옮겨 담으며 나는 소리가 적막하다.

흘러내리는 향도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리는 향도

모두 적막하다.


방안도 공병인 것 마냥

흘러내린 향들로 가득 찬다.


뚜껑을 닫고 탁탁,

책상에 공병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는

문득

뚜껑을 열면 다른 것이 흘러나오길 바라며 살았다.


내가 물을 뿌린 자리에는 무지개가 피었으면 좋겠다.

내가 네게 말을 건넬 때는

입술에서 입술로 무지개가 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기로에 서있고

늘 무엇인가를 꾹꾹 담으며

여유 없는 빈곤을 담아놓고는

다른 것이 잔뜩 흘러나오기를 바랐다.


흘러나오는 것들에도,

고향은 있음에도.


비어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반자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