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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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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 일기 Feb 29. 2024

남의 일기 1

‘그냥’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첫 술에 배부르랴’

‘시작이 반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등등, 시작을 응원하는 속담이나 명언이 많다.


그만큼 어떤 일에든 ‘시작’은 반드시 존재하는데,

바꿔 생각하면 ‘시작’이 없이 그 어떤 일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릴 때 나는 ’ 필터‘가 없어서 말도 행동도 자판기처럼 내뱉는 사람이었다.

조금 머리가 크고부터는, ‘필터’가 탑재되어, 말이든 행동이든 거르고 걸러서 하게 되었다. 마치 핀볼 게임처럼


핀볼 게임을 아는가? 핀볼 게임은 구슬을 튕겨내는 게임인데, 구슬이 하단 구멍으로 빠지지 않도록 튕겨내야 한다.

지금의 내 모습과 같아 보인다.

아이디어나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을 이래저래 생각들과 핑계와 걱정들로 튕겨내고 튕겨낸다.

물론, 핀볼 게임은 구슬을 빠트리면 안 되는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나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을 과한 생각과 핑계와 걱정들로 튕겨내면 지는 게임이다.


잘 알면서도 지금도 튕겨내고 있다.

사실 이 글도 쓸까 말까 쓸까 말까 하면서, ‘이게 말이 되는 비유야?’ 스스로 물으면서, 꾸역꾸역 쓰고 있다.

(이 일기의 첫 문장도 쉽게 쓰이지 않아 백지상태로 손톱 옆 거스르미만 뜯다가 20분을 흘려보냈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일기에는 어떠한 가르침도 없고, 깨달음도 없고, 감동도 없다.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되었답시고, 이런 글을 여기에 써도 될까 싶기도 하지만 이건 ‘남의 일기’이다.


나는 ‘그냥’ 한다. 는 사람을 존경한다.

김연아 님도 예전 ‘무슨 생각을 하면서 훈련받냐’는 뉘앙스의 질문에 ‘뭔 생각을 하냐, 그냥 한다.‘라고 대답했다는데 존경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친척동생이 생각난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척동생은 이미 술집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뒤 정리하고, 독학으로 베이킹을 배워서 현재 디저트카페를 운영 중이다.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물어봤다. (친척동생들과 종종 술을 마신 편이다.)

‘너는 어떻게 독학해서 카페 차릴 생각을 했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어.’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네가 대견하고 존경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아무 생각 없이’는 정말 아무런 대책도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해야겠다’ 고 마음먹었으니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하루는, 다른 친척동생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먹었는데 그 카페 사장이 7시에 일어나서 카페를 오픈하러 갔다.

여기까지는 그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문제는 나중에 들어보니 충전기가 없어서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던 상황이라 택시를 잡을 수 없었고,

버스는 어디에서 타는지도 몰라서 울면서 이정표 보면서 걸어갔다고 한다. 물론, 오픈도 무사히 해냈고.

(친척동생집과 카페까지 버스로도 30분은 더 걸릴 곳이다.)


나는 그 친구의 ‘그냥 하는 모습’을 너무 멋있게 생각한다.


지금 어찌 됐든 나도 첫 문장을 시작했으므로, 여기까지 글을 써 내려가고는 있다. 이 글의 질과는 상관없이.

사실 두서없이 쓰는 중이라, 마음에 들지 않고 수정할 부분도 많겠지만

‘그냥 올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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