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말들의 세상, 꿈꾸는 말들의 향연
영도를 기다리며
- 새로운 감각의 분할과 시민의 합창*
김 민 휴
영도로 돌아가라
영도에 서라
극단의 왼쪽 아닌, 극단의 오른쪽 아닌
영으로 회귀하라
영에서 보라
오른쪽만 보지 말고, 왼쪽만 보지 말고
양쪽을 보라
영에서 생각하라
영에서 움직이라
첫 발자국만큼은 영에서 시작하라
영에서 출발하여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만큼
왼쪽으로 걸어도 좋다
오른쪽으로 걸어도 좋다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만큼 걷고
거기 서서
내 목소리로 속삭여도 좋다
조근조근 말해도 좋다
마음껏 소리쳐 외쳐도 좋다
집착하지 않도록
편향의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지 않도록
강박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망가지지 않도록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왼쪽 오른쪽만이 아닌
앞쪽으로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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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의 분할과 시민의 합창 : 1959년 김수영, 박인환, 김광섭, 장만영, 정한모의 공동 창간 동인지 《새로운 도시와 시민의 합창》, 2000년 출간한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1940~)의 《감성의 분할: 미학과 정치(Le Partage du Sensible: Esthétique et Politique)》에서 개념을 차용, 응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