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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r 06. 2023

련개주점

시간을 저어 가는 삶을 위한 기억

련개주점

  - 사랑하는 내 벗 박남인시인을 떠나보내며

 

             김 민 휴

 

각자 우주를 떠돌다가

이곳 지구에서 만나

함께 시를 배우고 시를 쓰고

쏘다니고 술 마시고 쌈박질하고,

부모님, 형님 형수님, 여동생 괴롭히고,

나라 걱정하고 분개하고 거리로 나서고,

인생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떠들고 지껄이고 울다가 웃다가 울고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찾아가고 들르고 소식 물어보고

기뻐해주고 걱정해 주고

이곳 지구에 함께 있어주길 곧 50 년

친구가

그렇게 평생을 좋아했던

막걸리 한 병 손에 들지 않고

다시 우주로 떠나갔다

오늘, 그가 매일같이 들락날락했던

진도읍 련개주점 닫힌 출입문에는

검은 손수건 한 장 걸려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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