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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r 06. 2023

不登尖察山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기억

不登尖察山

  - 그리운 내 벗 박남인시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고향 같은 옛 마을에, 봄 기운에

불알친구 같은 묵은 친구 만나러 왔더니

친구는 병들어  외딴 곳에 누워 있고

두 부모님 자취까지 사라진 빈 옛집에

가까이 시집 가 사는 누이동생이 들러 가꾼

아직 꽃대 안 오른 작약꽃 나무와

일찍 폈다 샘추위에 두들겨 맞은 목단꽃이 반기네

함께 도회학교 문학청년이 되어 방학 여름날에

신작로 버스에 몸 실어 몽땅 먼지 마시고

철부선 타고 울돌목 건너와

이젠 고인이 된 부모님께 다순 쌀밥 얻어 먹고

저녁이면 스며들어 불알 밑 씻던

쌍계사 절골 물 소리는 옛만큼 청청하지 않아

물소리 자락 밟으며 오를 오늘 첨찰산 걸음 쓸쓸할 테지

참아야지 참아야지

되뇌고 되뇌던 술 한 잔 참을 수 없어

친구도 없고 부모님도 없고

내게 없는 친 여동생 같은 친구 여동생도 없는

옛날 어머님이 막걸리 주막 하시며

항아리에서 주전자에 퍼담아 술 내주시던 집

근처에 개업한 가계에서 막걸리 병 기울이네

해는 뉘엇 서산 너머로 제 갈 길 걷는데

추억 많고 생각나는 얼굴 많은

첨찰산 봉화대 오늘 중 오를 수나 있을지

어야, 인생 이러면 어쩌고 저러면 어쩐가

호걸스럽게 한 잔 더 따라 자작하세

에헷, 어허잇, 혼자서 눈물 훔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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