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향연

망각

 

           김 민 휴

 

시간 속에는 참 많은 게 살지

시간을 저어가는

인생 속에는 참 별난 것들이 살지

 

도화꽃 볼 빨개지는 봄날 그리움

여름 밤바다에서 마주친 회억

행복 같은 것, 희망 같은 것 허기진 어느날

 

시간 속에 사는 어떤 것들은 참 사납기도 하지

 

꽁꽁 언 겨울 밑에

또아리 틀고 앉아 주인 노릇을 하는

뱀 같은 우울도 살지

쑴벅쑴벅 심장을 찌르는

고슴도치 가시 같은 상처도 살지

 

시간 속에서는

참 많은 것들이 나고 자라고 늙고 사라지지

 

가을날 낙엽 위에 상처는 바스라지고

겨울 눈 밑에 슬픔은 덮히지

해변의 유리창에서

지난 여름의 비탄은 봄 볕에 퇴색하지

 

시간은 시간에게 약을 주지

시간은 시간을 구하지, 망각을 주지

 

그 후로도 오래

잊혀져서 남은 사랑으로 인생은

아무 일 없는 듯 흐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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