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포근해졌다. 2월 이때쯤 이면 슬슬 봄을 알리는 절기가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얼마전에는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이었고, 오늘은 알아보니 우수(雨水)였다고 한다. 저 멀리 이북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날이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겨우내 얼어있던 개천이 다시 흐르는 것을 보았다. 우리 동네 개천이 대동강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꽁꽁 언 얼음장 밑으로 시내가 흐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내 몸 속에 무언가도 서서히 다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꽁하게 얼어있던 나의 마음이었다. 문득, 지난 이맘 때쯤 헤어졌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나를 위해서 항상 웃어주고, 부족한 점은 감싸주고,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마음을 주었던 사람.
구차하게도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고 싶다. 계절이 돌아오듯 그 사람의 마음도 돌아오길 바라면서,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