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정부모님 합동제사를 지내기 위해 장수군 산서면 오산리에 있는 친정집에 다녀왔습니다.
친정집에 머무르는 일요일 오전, 뒤꼍에서 돌나물을 뜯고 있는데, 친정집 뒷산에서 '구구 구구..' 하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은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구구 구구..'하고 정확하게 들려오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저의 귀에는 '소쩍 소쩍..'하고 들려서 저는 소쩍새 울음소리로 잘못 알고 지내왔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 겨울방학이면 엄마를 따라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산의 아리랑고개 근처에서 죽은 나뭇가지를 따거나, 노랗게 단풍이 들어 떨어진 솔잎(가리나무)을 갈퀴로 긁어모아 나무를 했습니다.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기 위해 채비를 하면, 그동안 모아 놓은 나무를 나무동이로 만들어 엄마는 머리에 이고, 어린 나는 등에 짊어지고 아리랑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무렵 산속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있었습니다. 저의 귀에는 왜 '소쩍 소쩍'하고 들렸는지... 저는 그 울음소리 주인공이 '소쩍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엄마의 환갑날 아침에 쓴 시(詩) '어머님께 드립니다'에서 '소쩍새는 피 맺힌 한을 울음으로 토하고..'하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결혼을 하고도 오랫동안 시골에 있는 시댁 근처의 산속에서 그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소쩍새가 '소쩍 소쩍..' 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소쩍 소쩍' 들렸던 산비둘기 울음소리. 이제는 '구구 구구'하고 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한마리가 시댁 마당 위 하늘을 '소쩍 소쩍'하고 울면서 날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바로 제 곁에 계시던 아버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아버님, 저 새가 소쩍새 맞지요?"
"아니다, 산비둘기 아니냐?" 하시는 것입니다.
40년이 넘게 소쩍새라고 믿어왔던 저는 아버님의 말씀에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남편과 손 위 시누이에게 여러 차례 확인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답은 "산비둘기"였습니다.
얼마 전, 우리 집 근처의 산길로 아롱이와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선줄에 앉아있던 새 한 마리가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소쩍 소쩍..'하고 들렸는데, 이제는 분명하게 '구구 구구..'하고 들려왔습니다.
전선에 앉아 '구구 구구..'하고 울던 산비둘기 산을 향해 날아가는 산비둘기
이제는 '소쩍 소쩍..'이 아닌, '구구 구구..'하고 우는 산비둘기 울음소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만,
행여나 저처럼 산비둘기 울음소리를 다른 새의 울음소리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실까 봐, 소쩍새 울음소리를 유튜브에서 찾아 함께 올려봅니다.
그나저나 40여 년 전에 쓴, 저의 시(詩) '어머님께 드립니다' 내용을 이제는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소쩍새는 피 맺힌 한을 울음으로 토하고...'를
'산비둘기는 피 맺힌 한을 울음으로 토하고...'라고요.
그런데 왠지 산비둘기가 소쩍새 보다 한이 깊어 보이지 않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