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세상에 지름길은 없어
새벽. 차들이 서서히 깨어난다. 서울 거리를 빠져나가는 푸드트럭 안에서 나는 엄마의 옆모습을 본다.
바다에 가자고 했더니 장사를 하자고 한다. 여행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엄마의 철칙이다. 늘 그래왔다.
강변북로가 막힌다. 차들이 숨을 죽인 채 기어간다. 새벽공기가 차갑다.
엄마가 말한다. 저 차들은 다 돈을 쓰러 가는 거라고. 우리는 벌러 가는 거라고. 엄마의 목소리에서 어떤 단단한 것이 느껴진다.
숙박비를 아끼자고 한다. 푸드트럭에서 자면 된다고. 펜션비 18만 원, 장사수익 2만 원, 절약한 숙박비까지 더하면 20만 원. 엄마의 셈속에는 항상 이런 계산들이 있다.
차가 막혀 멈춰 선다. 나도 모르게 묻는다. 왜 이렇게 멀리 와야 하냐고.
엄마의 손가락이 핸들을 세게 움켜쥔다.
"세상에 지름길은 없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고." 엄마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쉽게 가려고만 하면... 결국 다 허상이야. 돈이든 뭐든, 네가 흘린 땀만큼만 진짜가 되는 거야." 평소와 다른 엄마의 목소리에서 오래된 상처가 스친다.
"이 길이 멀고 힘들어도, 이게 정직한 거야. 알겠니? 세상에... 순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순간적'이란 단어에 힘이 들어간다. 누군가를 향해 있는 듯한 엄마의 눈빛이 서글프다.
세 시간. 한적한 바닷가에 도착한다. 떡볶이 세 그릇, 튀김 두 접시. 오늘의 전부다.
관광지는 바가지라고 한다. 여기는 물가가 괜찮고 주차가 공짜라고. 엄마의 말에는 늘 이런 계산들이 붙어 다닌다.
저녁이 온다. 엄마가 푸드트럭 뒷자리를 펼친다. 좁고 불편한 잠자리. 그래도 우리가 주인이라고 한다.
기름값 5만 원, 재료값 3만 원, 매출 2만 원. 마이너스다. 그래도 엄마는 내일도 올 것이다.
휴게소도 지나친다. 컵라면 하나가 3천 원이란다. 집에 가서 먹자고 한다.
교통체증 속에서 엄마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마이너스여도 만족한다. 바다도 보고 장사도 했다고.
피곤에 절은 엄마의 옆얼굴을 본다. 노동, 계산, 가성비. 그것이 엄마의 언어다.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