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가을에 오랜 비라니.
배달 온 순두부찌개를 먹고 다시 일을 하기 전에
갑자기 끄적여보고 싶은 충동에 브런치를 열어본다.
내 성향은 INFP
생각 많고 이상적이고 배려하지만 쉽게 상처 받고
한번 선을 그은 관계는 더 이상 회복 불구라는 소수 성격의 소유자
그래서 이해가 됐다.
대학시절, 존경하던 어느 선배의 한마디
결혼 시절, 사랑하던 남편의 한마디
심지어 아이의 한마디
그 결정적인 한마디들이 얼마나 내 가슴을 휘뒤집어놓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결국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겨울눈처럼 녹아 사라지고 말았던
그날들이.
내가 잘못된 게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오늘도 나는 잡다한 생각 더미에서 굳이 화해하지 못했던 시간과 사람을
기어이 들춰내 이렇게 이해하고 이별한다.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