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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이현우

#나이듦/ 이현우



뒤돌아보면 내 나이가 몇 살이든 살아온 날들

헌책방에서 두툼한 사전을 발견하듯 그립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도자기를 빗듯 별빛다방 흘러간 순애보

반복해서 듣는 일이다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적금통장

숨기고 싶어도 한 번은 꼬옥 내야하는

빨간 불법주차딱지 범칙금 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연극 끝나고 떠나야 하는 텅 빈 객석의 의자

후회하며 지우려 애써도 지울 수 없는 문신

서걱서걱 흔들리는 추억 한잔의 레코드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테만큼 새겨진 눈금만큼이나

세월의 흔적 손 흔들어 아니라며

부끄러워 도망갈 수 없는 일이기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했음을 일기장에

담담하게 고백하는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병들고 나약해진다는 것 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욕심의 날개 거두어 넉넉해지고 헐렁해져서

살아갈 날들 보다 살아온 날들 기억하며

햇볕 가득한 어느 날 후회없이 떠날 수 있는 일이다.


#시와_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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