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내가 나일 수 있기를
자꾸만 어딘가로 가야만 할 것 같은 마음들이 느껴진다. 그것은 몸 어딘가의 긴장과도 한겹 한겹 닿아있다.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아주 오랜만에 이틀을 쉬었다. 그동안 봐주지 못했던 마음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든다. 그림자를 비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흠. 우선은 인사라도 나눠볼까. 그들은 섣불리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나를 노려보는 것도 같다. 어떤 이는 대자로 누워있다. 어떤 이는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 안달이다. 어떤 이는 삐쩍 오래 말라 비틀어진 것 처럼, 어떤 이는 저 속을 알 수 없는 검정색의 시공간처럼. 배회하고, 방황하고, 이리저리 안달이 나거나 불안하다.
나의 마음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좋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경험을 쌓고, 성장을 하고, 공부를 하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이의 당연한 순간과 순간이 모여 어떤 오래된 마음이 되고 속도가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3년을 보내고 얻게 된 그저 오늘을 사는 감각이, 내 마음들의 얼굴을 알고 이름을 아는 감각이 금세 또 무뎌져있다. 얼마 전 함께 밥을 먹은 지인이 그랬다. “자기 시간을 정말로 가지려면, 성장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래요.” 그래, 그렇지. 모르는 일이 아니고, 그걸 하겠다고 모든 걸 다 놓았던 것이 얼마 전이라 무언가 우습고 뒷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되었는데, 정말 그 자신이 되어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금세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니!!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힘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돌아간다. 마음이 꽤 튼튼해지니 새로운 문제가 생겨져 있다. 예전에는 두려워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분명했다면, 이제는 기꺼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버렸다. 그리하여 너도 나도 두렵지 않다는 주문을 외우며 당당한 척 서있는 마음들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는 숨은 그림을 찾는 일을 해야한다. 과도기의 숙제이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다는 명목으로 버티지 않고, 쉬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하고, 무섭지 않은 척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커진 목소리와 커진 존재가 하고 싶은 것을 기꺼이 주고 싶다. 욕심이 나면 욕심을 내고, 달리고 싶으면 얼마든지 달리리라. 힘들지 않은 척, 무섭지 않은 척 하지 않고. 도망도 가고, 실수를 반기고, 긴 멈춤을 두려워하지 않고, 와중에 변덕을 실컷 부리면서. 그 모든 내가 나일 수 있기를. 서둘지 않고, 기꺼이. 그 모든 어딘가를 열어 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