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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Jul 16. 2017

창의적인 개인 혼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무교육 기간을 포함해 우리가 받는 교육은 새로운 생각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지식을 익히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생각은 '오답'처리되고, 우리는 다름이 아닌 틀림의 두려움에 길들여진다. 누구도 그 오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않는다. 또다시 들어와야 할 지식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생각은 오답 처리로 인식


우리네 교육이 창의성 발휘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한다. 단언컨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아무리 창의적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역량 차원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지만, 이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은 꽤 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순간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창의적일 수 있다.
자기 혼자서는.


창의력을 특히 중시하는 예술, 광고, 디자인 등의 분야에는 창의성을 겨루는 국내외 공모전이 많다. 특히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경우에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인 공모전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공모전이 창의성을 전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젊음을 불살랐던 친구들이 한 두 명씩 있었을 것이다. 독특하다고 여겼던 그들 말이다. 도전과 열정으로 의욕에 넘치던 눈빛을 가지고 어렵게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축 늘어진 어깨와 흐릿한 눈동자를 갖게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창의적인 신입사원이 부서에서 일찍이 성과를 낸 적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럴 거라고 기대했던 신입들이 어느 순간 순응적인 인간으로 변하게 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조직이 창의성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입이 뭘 알아? 이거 먼저 처리해~


조직 전체가 창의적이지 못하면 창의적인 소수는 어느새 부적응자가 되거나, 괴짜로 낙인찍히게 된다. 창의를 발휘할 터전이 안 되는 것이다.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창의성을 스스로 죽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적응해간다.


그밖에도 창의성을 죽이는 요인은 도처에 깔려 있다. 이런 경우에도 해당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을 위해 여럿이 모여 종종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경우가 있다. 1시간 정도는 꽤 활발히 아이디어를 쏟아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점점 지쳐간다.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을 짜내기도 어려워지고,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수준이 다른 의견에 대해 슬슬 반감과 피로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브레인스토밍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과 얼토당토않는 생각들의 나열처럼 취급된다. 쓸만한 아이디어를 위해 2차 3차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는 먹먹해진다.


하지만 함정은 여기에 있다. 얼토당토않은 아이디어나 보잘것 없이 보이는 생각 중에 숨어있는 기발한 발상들이 쉽게 무시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쓸만한 아이디어는 아마도 가장 최초의 순간에 나올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창의적 일수록  타인에게 쉽게 공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사라진다.


창의적인 생각은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결제가 되는 상점, 자신의 빈 방이 타인의 숙소가 될 수 있다는 발상, 쏘아 올린 로켓을 다시 땅으로 소환하여 재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 이 아이디어를 우리 옆 대리, 과장이 기획서로 보고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전제를 비틀었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당연한 전제를 뒤틀어 본다는 것은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부정해야 한다. 때문에 오답도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오픈 마인드와 틀려도 괜찮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어야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Bottom up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늘 겪는 일들일 것이다. 아이디어가 빈약해서가 아니라 공감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에서부터의 혁신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 만한 에너지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창의적인 보스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때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국가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웃픈 얘기가 있었다. 그런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를 직원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티브 잡스'같은 신입사원을 대거 양성하여 모든 기업에 한 명씩 할당한다 하더라도, 그 회사들이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는커녕, 몇 명이나 그 직장에서 살아남을지 예상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조직에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포용할 중간층과 환경, 그리고 새 시대를 이끌 경영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개인이 아니라 창의적 조직이 필요하다


혁신이 늘 부족한 기업의 대표나 오너라면, 직원들에게 혁신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창의적 생각을 무시하고 고사시켰는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건 직원들의 탓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가 소수의 민주적 시민 의식만으로 구현되지 않듯이, 창의적인 조직은 소수의 천재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탄탄한 미드필더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감독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동안 인정받던 많은 직업들이 앞으로는 기술과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알파고랑 싸워서 이기려면, 적어도 창의성은 갖춰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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