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몇 살
올해 6월28일부터 '만 나이'가 우리의 나이가 됩니다. 한 살씩 젊어지니, 괜히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만, 뭐 그게 무슨 상관 있겠습니까? 숫자 말고는 바뀌는게 없으니까요. 살아온 해보다는 살아갈 해가 더 크게 다가오니, 그게 더 걱정입니다.
제가 태어난 72년생 인구를 찾아보니, 92만 명입니다. 71년생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태어난 연령이니, '치열한 경쟁'을 몸소 느끼며 살았던 세대입니다. 유재석, 서태지, 장동건, 고소영 등 동갑내기 유명인이 많은 걸 보면, 그 때 태어난 사람들이 많긴 많았나보다 싶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을 보내고, 오전반 오후반을 경험하면서도 한반 학생이 60명이 훌쩍 넘었던 그때 그시절을 보냈던 또래들이 이젠 빼박 오십대 입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가 싶다가도, 신기하게도 오십을 기점으로 확연히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100세 시대를 산다고 생각하면, 이제 막 마라톤 반환점을 돌았는데, 언제 골인 지점까지 달려가나 싶습니다.
요즘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이 49.3세라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소득활동을 그만두는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2.3세라고 하니, 젊은 시절 익숙한 일자리에서 이탈하여, 약 20년을 책임질 새로운 '업'을 찾아 생계를 지속해야 합니다. 50대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다음 20년'에 대한 이야기이죠.
정부도 50대부터는 다양한 노인복지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50세가 되면 고령자 인재은행이라는걸 통해 재취업 일자리를 알선하고, 55세부터는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고, 60세 이상은 실버타운에 입주할 자격을 줍니다. 국민연금은 60세부터 수령하다가, 연령대별로 조금씩 늦춰져, 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됩니다. 지하철 무료 탑승도 65세부터 가능합니다. 50대가 되면 슬그머니 '노인복지' 대상자에 포함되고, 65세에 공식적인 법적 노인 자격을 부여받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을 토대로 65세를 법적 노인연령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1980년 평균수명이 65세였고, 현재는 85세에 가까워졌으니, 기대수명이 20년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구분하는 나이는 40년 전 기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65세가 평균수명이었으니, 65세를 노인 기준 연령으로 삼았다면, 평균수명을 넘은 분들에게 장수 기념 혜택을 드리는 개념이었던 걸까요? 당시엔 만60세를 기념하는 환갑잔치가 큰 의미가 있었던 이유도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60대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연령대죠. 취미와 문화소비도 활발한 세대입니다. 산업화의 중추 역할을 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60대를 이루고 있으니, 과거 전쟁을 경험한 이전 노인세대와는 다른 노년의 삶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대상자 규모와 연금수급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시 예상했던 기대여명이 18년에서 2022년 기준으로 24년으로 길어지다보니, 국민연금 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입니다. 결국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을 늦추지 않을 수 없고, 수령하는 금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때문에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자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논의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건강해지고, 더 젊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퇴직 연령이 젊어지고,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니,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게 여간 민감한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은 시점의 문제입니다.
2023년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은 약 9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이 되면, 20%를 넘게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올해 58년 개띠 73만명이 65세에 진입하고, 2025년에는 60년대생도 지하철 무임 승차가 가능해집니다. 다섯명 중에 한명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나라가 됩니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예정되어 있지만, 그 준비는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에는 현재 12,000개가 넘는 실버타운이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40여개 뿐입니다. 노인 주거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 중장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기 때문이죠.
평균 기대수명과 다르게,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보여주는 나이가 건강수명입니다. 우리나라 건강수명이 2019년 기준 73.1세라고 하니, 평균 10년 정도를 질병과 노환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노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병들어 오래 살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앞서 우리나라 실질은퇴 나이가 72세라고 했으니, 이제 막 생계를 위한 일에서 벗어나 좀 쉬어보려는 나이에 질병으로 눕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평균은 평균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50대 초반인 저에게도 긴장되게 만드는 숫자입니다.
1~2년 전부터 제 가장 큰 관심사는 다음 20년을 어떻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기간을 만족스럽게 보낸다면, 기대수명 뿐만 아니라, 건강수명도 늘어날 겁니다. 준비할게 많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만들어야 하고, 긍정과 여유있는 마음을 장착해야 하고, 무얼해야 행복한지도 알아야 하고, 그걸 하면서도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소소한 일로 보람과 쓸모있음을 확인해야 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활력과 긴장감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전반전과 전혀 다른 후반전이라 써야할 머리와 근육 , 그리고 마음가짐이 달라야 할 것입니다.
이걸 해낸다면 저의 중년이 늘어날 겁니다. 노인이 되는 제 나이가 늦춰질테죠.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고 움츠리면 늙어가는 것이고,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한다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은 20년이 걱정보다는 기대가 큽니다. 그런 제 경험과 실험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 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준비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것이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일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