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별점리뷰 폐지. 흥미롭게 보던 시도다. 지난번 네이버 글레이스 이건수 대표를 만났을때도 시작은 '구름 리뷰'였다. 대세가된 별점을 바꿀 수 있을까? 별점의 직관성은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을까?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당시엔 아직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때, 이 대표의 진심은 확실히 전해졌었고, 이번에 공개한 키워드 리뷰는 완벽하진 않아도, 새로운 대안으로 해봄직한 시도인 것 같다. 나는 근데 진짜 대부분 5점 주는 것 같은데... 그럼 데스킹 전 초고를 천천히 보시길.
네이버가 8일 '키워드 리뷰'를 시범도입했다. 네이버에서 식당·카페 등을 검색할때 나오던 별점 대신 '사진찍기 좋아요' 같은 키워드 중심으로 리뷰를 개편하겠단 것. 우선 네이버플레이스 전체의 절반 정도인 식당·카페 분야에 적용해 데이터를 축적시킨 후 9월내 정식 도입할 예정.
5점 만점에 4점. 소비자들의 평가에 기반한 별점제는 영화 같은 콘텐츠 부터, 상품 구매, 음식 배달, 앱 마켓 등 전분야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직관적 별점리뷰가 '일단, 걸러내는 가게'를 찾는 1차 기준이 되고, 소비자의 평가권력으로 자리잡으며, '블랙컨슈머' 등 이를 악용한 사례가 늘기 시작. 배달의 민족의 '별점 테러', 쿠팡이츠의 '새우튀김 갑질' 사건 등 사회갈등화 되는 모습까지.
네이버가 이 평가시스템에 대안을 꺼냈다. 지난 3월 한성숙 대표가 "별점 중심의 일방적 평가공간 대신, 가개 매력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 공언한 후 새로운 '리뷰 시스템'을 선보인 것.
키워드 리뷰는 '음식·가격', '분위기', '편의시설' 등 카테고리별에 따라, 가게 업종에 맞는 사전 키워드 15개가 제시되고, 소비자가 제시된 키워드를 객관식 설문처럼 최대 5개를 선택하는 식이다.
카페에 방문했다면 '☕커피가 맛있어요', '�가성비가 좋아요', '�사진이 잘나와요' 같은 여러 분야 키워드 중 적합한 리뷰를 고르면 된다. MZ세대를 겨냥해 이모지를 앞세운게 특징.
실제 사용자만 : 리뷰권한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방문했거나, '영수증 리뷰'로 방문을 인증한 사용자만. 악성리뷰를 막으며 네이버 서비스 사용을 확대하는 효과를 노렸다.
별점 제외 : 별점은 같은 3점을 주더라도 누구는 '만족한다'며 3점을 주고, 누구는 '별로'라며 3점을 준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디테일'을 끄집어내 직관적으로 보여주겠단 것.
좋은 리뷰만? : 키워드 리뷰는 긍정적 평가 키워드만 노출되는 형태. 네이버는 "방문 목적에 맞는 가게를 찾기 위한 수단"이라며 "기존에 있던 텍스트리뷰를 통해 불만이나 부정적 평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3월 '리뷰개편' 발표 당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워드클라우드 방식의 '구름 리뷰'를 예시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선 '구름'은 빠졌다.
네이버측은 "8000여명의 소비자설문을 거쳤고, 1000명이상 중소상공인 사업자(SME)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니 단어 구름이 직관적일 수 있지만, '커피', '맛' 같은 식으로 표현될 경우 특색을 표현하긴 한계가 있단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대신, 다양한 사전 키워드와 이모지를 활용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가게를 평가하고, 탐색에 도움이 되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 '키워드 리뷰'를 내놨다. 천편일률적 리뷰가 되지 않도록 향후 사업자도 직접 자기 매장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키워드 선택지를 만들수 있게 할 예정.
소비자는 워드클라우드 대신 다른 사용자가 많이 선택한 키워드 리뷰를 1순위, 2순위 순으로 보게 된다. 네이버는 기존의 '텍스트리뷰'와 '사진리뷰'를 유지해 상세한 방문 후기도 제공하겠단 계획.
네이버플레이스 이융성 리뷰 책임리더는 "별점리뷰의 한계를 넘어, 로컬SME가 본연의 매력으로 사용자에게 소개될 수 있는 새로운 리뷰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고객 피드백을 통해 사업자는 인사이트를 얻고, 사용자는 진정성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실사용자의 별점리뷰 중심인 '배달앱'들이 주시하는 중. 배달앱은 자유로운 사용자 참여와, 별점테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부적절 리뷰 노출을 막거나, 리뷰 반론권을 도입하고 있지만 '새우튀김 갑질 사건' 등을 계기로 참여연대·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의 별점제 개선요구가 커졌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선 별점·리뷰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별점테러금지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발의(정의당 배진교 의원)됐다. 허위 리뷰 작성을 빌미로 갑질을 못하게 하겠단 취지. 그밖에 발의된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법' 개정안 등에선 플랫폼 기업의 리뷰관리 책임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안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하 교수는 "리뷰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를 발견해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하고, 부정적 요소를 찾아 걸러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며 "최근 소비자와 점주의 갈등을 고려하면 네이버식 키워드 리뷰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정보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9000여명(소비자 8000명, 사업자 1000명)의 리뷰 관련 조사를 공개해 플랫폼 업계 전체가 리뷰의 개선을 고민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리뷰는 귀한 사용자 데이터로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면 어떤식으로건 최대한 확보하는게 유리하다"며 "네이버의 새로운 리뷰모델이 자리를 잡는다면, 별점리뷰 일변도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