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6시의 루틴을 마치고 아침 독서를 했습니다. 오늘도 브런치 작가님들의 취향 저격인 빛-언어-깃-언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3부의 스페인 시인 로르카, 페루 시인 바예호와 칠레 시인 네루다에 대한 글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저는 30대 초반에 문학과 시에 빠져서 스페인어로 시 창작 수업을 약 1년 동안 온라인으로 수강을 한 적이 있고 시도 여러 편 썼습니다. 그 이후로는 직장을 다니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읽기만 하고 쓸 기회는 더 없었네요. 이 책을 읽고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루다는 자서전의 “어린 시절과 시”라는 대목에서 자신의 시의 원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테무코에 있는 우리 집 뒤뜰에서 내 세계의 작은 물건들과 작은 존재들을 살펴보다가 나는 담당 판자에 뚫린 구멍을 보게 되었다. 그 구멍으로 내다보니까 거기 우리 집 뒤에 있는 풍경과 같은 것, 방치되고 황량한 풍경이 있었다.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 섰는데, 왜냐하면 막연하게마나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홀연히 어떤 손이 나타났다 – 내 나이 또래쯤 돼 보이는 작은 손이. 내가 다시 가까이 갔을 때, 그 손은 사라지고, 그 대신 거기엔 아주 근사한 흰 양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양은 털이 바래서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바퀴들은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그러나 사정이 그걸 더욱 진정한 것이게 했다. 나는 그렇게 근사한 양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구멍으로 다시 내다봤으나 그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내 보물을 가지고 나왔다: 벌어지고, 솔 냄새와 송진으로 가득 찬 솔방울인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걸 아까 그 자리에다 갖다 놓고 나서 양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 손도 그 아이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양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 장남감을 나는 불이 나는 바람에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다. 거의 쉰 살이 다 된 1945년 지금까지도, 완구점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남몰래 진열장을 들여보지만, 소용없는 노릇이다. 인제 그와 같은 양은 더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난느 운 좋은 사람이었다. 형제들 사이에서 느끼는 친밀감은 인생에서 아주 근사한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을 기르는 불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사랑을 느끼는 것,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우리의 잠과 고독을 지켜보고, 우리의 위험과 약함을 돌보는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오는 사랑을 느끼는 건 한결 더 대단하고 더욱더 아름다운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존재의 범위를 넓히고, 모든 살아 있는 것을 묶기 때문이다.
그 교환은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인류는 하나라는 귀중한 생각에 눈뜨게 했다. 한참 뒤에 나는 그런 체험을 다시 했는데, 이번에는 걱정과 박해를 배경으로 해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그러한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인간의 형제애를 나누려고 무슨 수지질의, 지구 비슷한, 그리고 향내 나는 걸 주려고 했다는데 대해 당신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담장 옆에 솔방울을 남겨놓았듯이, 나는 내 말을 내가 잘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문 앞에,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나 쫓기는 사람 또는 외로운 사람들의 문 앞에 놓아왔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의 어린 시절에서, 외딴집의 뒤뜰에서 배운 커다란 교훈이다. 그것은 서로 모르고, 삶의 무슨 좋은 걸 상대방한테 건네주고 싶어 했던 두 아이의 놀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작고 신비한 선물의 교환은 내 속 깊이, 불멸의 것으로 남아, 내 시에 빛을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아름답고 신비한 사건에서 우리는 모든 위대한 영혼에게 있었던 운명적인 순간을 감지하면서 네루다 시의 비밀을 언뜻 보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