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된 3부작
<메이즈 러너> 3부작이 드디어 종료되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유명세만 믿고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2탄이 개봉한 2015년 이후 3탄이 등장하기 까지 무려 3년이나 지난 것으로 볼 때 3편을 개봉할 것인지 말 것인지 – 성공할 것인지 말 것인지 - 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하였고 전 세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준수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중이다. <트와일라잇>과 <헝거게임> 시리즈도 성공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조차 이 정도의 관객이 든 것은 영화가 나름 재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볼만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오고 미남미녀 주인공들이 나오고 그들의 진한 우정이 나온다. 로맨스보다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 저격에 성공한 샘이다. 하지만 이제 거의 마감될 시간이 다가오는 바 이 <메이즈 러너 : 데스큐어>에 대한 비판을 해 볼까 한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한 채 영화만 본 관객 입장으로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칭찬보다는 비판 받을 곳이 더 많은 영화이다. 사실 영화로서 너무 형편없다. 쪽대본으로 만든 TV 시리즈같다. 특히 이번에 개봉한 3편이 가장 최악이다.
미로 속에 갇혀 살던 미소년 소녀들이 어쩌다 훈련받은 군인들보다 사격과 싸움을 잘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논외로 하자. 주인공들의 캐랙터는 평면적이다. 주인공 토마스와 그 동료들 모두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정의의 사도들이다. 겁쟁이도 없고 비겁자도 없고 변절자도 없다. 2차 대전 영화에 등장하는 미군들처럼 동료를 버리고 떠나는 일 같은 것은 절대로 없다. 그런 주인공들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재앙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 친구 한 명을 구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 <메이즈 러너 : 데스큐어>는 선택받은 자(the one)가 인류를 구원하는 영화가 아니라 납치된 동료를 구하는 하이스트 영화이다.
주인공 대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악당들이 대신 해 준다. 주인공들에게 위기가 닥치면 새로운 등장 인물들이 뜬금없이 나타나서 구해준다. 1편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동료 한 명은 영화 내내 쉬지 않고 달리던 주인공 일행보다도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미 그 동네 토박이가 되어 있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뒤에는 멀쩡한 도시가 있다. 2편에서 좀비와 위키드를 피해 도망 다니던 주인공들은 이제 중화기로 무장하고 납치된 친구를 구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도 걸 수 없는 무지하게 큰 도시에서 납치된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너무 쉽게 발견하고, 그 친구 한 명을 구출하는 도중 도시 전체는 불바다가 된다. 사람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박살내버리다니, <트랜스포머>도 하지 못한 일을<메이즈러너>가 해 냈다. 이 영화에서 인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주인공이 멸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비판을 아무리 많이 해도 끝이 없는 이 영화의 가장 문제는 제목이다. 1편 이후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 미로(Maze)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1편에 봤던 그 괴기스러운 미로와 그 미로를 달리는 미소년이라는 영화의 설정은 어느덧 잊혀졌다. 영화의 예고편은 그들이 미로 안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들이 들어가는 것은 미로가 아니라 도시 안이다. 미로는 더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제작자들도 관객들이 그 메이즈를 달리는 주인공들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토록 애매한 영화의 예고편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고편을 만든 사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속은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란 질문에서 시작한 메이즈 러너 1편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긴강감이 사라진다. 영화 2편은 SF 좀비 영화이고 3편은 하이스트 액션영화이다. 정말 미로만큼이나 기괴하다. 인류를 구하지도 못한 채 생존한 주인공과 그 선한 동료들은 엄숙하게 죽은 친구들을 추모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도시를 멸망시키고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회를 날려버렸단 사실을 영원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에 마지막 그들이 정착하기로 결심한 그 뜬금없는 친 환경적인 장소는 1편에 등장한 메이즈 안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10년 전 <트와일라잇>이 성공한 영 어덜트 노블을 영화로 만드는 붐을 일으킨 영화였다면 <메이즈 러너 : 데스큐어>는 그 붐을 꺼뜨린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