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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영화는 즐기는 자의 몫이다

by 원일

<월요일이 사라졌다>라는 제목과 포스터 만으로는 이 영화가 대체 어떤 영화인지 장르조차도 예측이 어렵다. 혹시 월요병에 심각하게 걸린 직장인에 대한 코메디 영화가 아닐까? 독특한 제목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성공. 게다가 이 영화 매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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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부족해진 미래,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가구 1자녀라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집행된다. 이 나라의 모든 가구들은 오로지 한 자녀만을 키울 수 있고, 나머지 자녀는 식량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냉동된다. 그런 나라에서 무려 일곱 쌍둥이가 태어난다. 이 쌍둥이들의 외할아버지(윌럼 데포)는 이들에게 월화수목금토일 이란 이름을 지어 주고 이들 모두를 몰래 키우기로 결심한다.

이들 쌍둥이들은 외할아버지의 통제아래 “카렌 셋맨”이라는 한 인물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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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쌍둥이들은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같은 헤어스타일과 같은 패션스타일은 물론 피부 상태까지도 동일하게 꾸며야만 한다. 그나마도 외출이 허용되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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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집 밖에서 단 한 명이라도 발각되거나 사망할 경우 나머지 존재들은 모두 부정된다. 그런 문제점을 안고 30년을 살아온 어느 날, 월요일이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다. 실종신고나 사망소식도 없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문제를 맞이한 쌍둥이들은 월요일의 행방을 찾기 나서고 월요일의 실종 뒤에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점점 알게 되는데…


이 영화를 관람한 관람객들끼리는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을 것이다. 아동 인권과 낙태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고, 영화의 설정과 비슷했던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먹거리에 대한 논쟁도 가능하다. 자신의 모습은 오로지 타자의 시선으로밖에 볼 수 없고, 자신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철학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쌍둥이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자기와 똑같이 생긴 자매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논쟁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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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이라는 경험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인데,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관객들에게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의 초반부, 외할아버지가 일곱 쌍둥이들을 키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반사적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저 할아버지가 일곱명의 기저귀를 갈 수 있을까? 일곱명이 번갈아가며 울텐데 밤에 잠은 잘 수 있을까? 이유식 7인분은 누가 만들지? 분유값은? 기저귀값은? 일곱명을 먹여살릴 돈은 벌어놨을까? 두 사람이 동시에 아프다면 병원엔 어찌 가지? 영어를 쓰며 영국인 척 하고 있는 저 나라에는 층간 소음 갈등이 없을까? 현실 세계였다면 이 할아버지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자수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곱 쌍둥이를 키운다는 것은 – 심지어 몰래 키운다는 것은 -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이 그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7.png 내가 집 안에서 뛰지 말랬지! 아랫층에서 올라온다고!!


이 영화가 일곱 쌍둥이 육아의 어려움을 논하는 영화가 아니듯이 자크 라캉의 철학적인 담론을 논하는 영화도 아니다. 산아 제한 정책을 포함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설정들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다소 과장된 장치일 뿐 이 영화를 관람할 때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는 액션 영화이다. 마치 7개의 생명이 있는 슈팅 게임을 즐기듯이 지금 차례로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즐기면 되는 영화이다. 영화가 끝난 후 해석은 관객의 몫이므로, 만일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싶다면 그 또한 개인의 자유이다.


7.jpg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해석 - 그냥 재밌는 액션 영화이다.


영화가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누가 무슨 요일인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단 한번의 관람으로는 불가능하리라 확신한다. 남성들이 여성으로부터 받기를 두려워하는 질문이 “나 달라진거 없어?” 인 것을 아는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남성들은 정말 모른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관람은 자신의 눈썰미와 기억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도 있다. 얼굴은 똑같고 성격도 비슷비슷한 이들을 구별해 내는 방법은 오로지 패션과 헤어스타일 밖에 없다. 영화를 봤다면 누가 무슨 요일인지 한번 맞춰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8.jpg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이 누구인지 맞춰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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