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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Nov 07. 2021

아이 필 프리티

스타가 된 못난이

* 3년 전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사이트가 사라져서 제 개인 공간에 다시 업로드 합니다.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매 때문에 늘 움츠려 살던 르네(에이미 슈머)는 머리를 심하게 다친 이 후 자신의 모습이 예뻐졌다고 착각하게 된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르네의 인생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남자 친구도 생긴다. 돈 많고 예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르네의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되어 직장에서도 인정받게 된다. 만일 그녀가 자신의 착각을 깨닫게 된다면 그녀의 자존감도 같이 사라질 것인가?



영화 <아이필프리티>는 ‘스타가 된 못난이’에 대한 영화이다. 지금보다 더 잘난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일 것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욕망을 자극하는 영화들은 이미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고, <아이필프리티>는 그런 비슷한 영화들의 또 다른 변주에 불과하다. 영화를 많이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어떻게 끝날지 짐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다른 비슷한 영화들과 비교하여 한 가지 점에서는 훌륭하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못난이에 가까운 배우 에이미 슈머가 분장이나 특수효과, 혹은 대역없이 주인공 르네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도 르네가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르네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대>의 기네스 팰트로, 분장 전(좌), 분장 후(우)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나 <미녀는 괴로워>처럼 변신을 소재로 한 영화는 현실 세계의 미인들이 못난이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전혀 못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못났다고 우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 관객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못난이 분장은 웃음의 소재일 뿐 실제 관객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분장 안에 숨어있는 스타 배우들이다. 이들 영화는 여전히 영화는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롱한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를 관람했다면 배우 기네스 팰트로우와 특수 분장을 하고 있던 과체중 여성인 로즈메리 중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남들과 비교하여 무언가 잘났을 때 생기는 마음의 정체는 자신감이다. 스포츠 시합에서 상대방을 이기겠다고 다짐하거나,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많은 자신감을 얻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자신감은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동기 부여하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 반면 우리는 비교가 불가능한 상대를 만났을 때 자신감을 잃는다. 스포츠 시합에서 내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방을 만나거나 성형 수술로는 불가능한 미모를 갖춘 연예인들을 보면 노력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포기하는 회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자신감을 잃게 된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잘 생기고 돈도 많다.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모두 해외 유명 휴양지에 다녀온 것 같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음식들을 실제로 먹어본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다. 비교할 때 마다 자신감은 커녕 상처만 받는 내 마음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최근들어 ‘자신감’보다 ‘자존감’이란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자신감을 얻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존감은 우리 각자가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존감을 얻기 위해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이해는 되지만 잘 설득되지 않는다. 나조차도 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못 믿겠는데 남들이 믿어줄까? 자존감을 얻기 위해 어떤 이들은 몇 년 동안 심리 치료를 받기도 한다. 반면 산책을 하다가, 아니면 잡담을 하다가 우연한 깨달음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이필프리티>의 주인공 르네가 자존감을 회복한 방법은 너무도 우스꽝스럽다.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고 싶다는 바램은 그녀로 하여금 헛것을 보게 만드는데, 그 덕택에 자존감을 회복한다. 시작은 우스웠지만 한번 얻기 시작한 자존감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예쁘고 돈은 많지만 자존감이 허약한 르네의 보스 에이버리(미셀 윌리엄스)는 에너지가 넘치는 르네에게 점점 더 많은 일을 의지하게 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르네는 점점 더 소중한 사람이 되어간다.  



사실 르네는 처음부터 장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장점은 그녀의 외모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가 당당해지자 그녀의 장점들도 같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르네에게 감정이입하며 르네가 소중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에게도 감추고 싶은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단점들은 생각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건만 그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이미 몇 천 년부터 우리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기도를 하고, 참선을 하고 명상을 해 왔다. 생각을 바꿔서 달라진 인생들이 얼마나 많던가?


한 때 우리는 모두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외모나 능력 때문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무제한적인 사랑을 받았었다. 우리가 처음 내뱉은 한마디가 우리 주변의 어른들에게는 유행어가 되기도 하던 시절의 기억은 분명 당신의 무의식에 남아있다. 그 때 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당신은 그 때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돈이 없어서, 뚱뚱해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이다.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자존감이 회복됨을 느꼈다면 당신의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다. 자존감은 생기기 어렵기도 하지만 한번 생긴 자존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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