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학습의 자유를 늘리는 데, 상대평가는 걸림돌이 된다
2022년 대입제도를 놓고 얼마 전 국가교육회의에서 벌인 토론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놓고 벌인 대리전이었다.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참여단 490명 앞에서, ‘수능 상대평가와 정시 확대’를 지지한 의제 1팀과 ‘수능 절대평가와 정시 확대 반대’를 지지한 의제 2팀을 포함한 네 팀이 각자의 입장을 설득했다.
마지막 선호도 조사에서 시민들은 주로 1팀과 2팀을 선택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이 공론조사는 표면적으로 입시에 대한 논의였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치 우선순위에 대한 갈등을 보여준다.
핵심적 대립은 ‘공정성’과 ‘선택의 자유’ 사이에 벌어졌다.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입장에는, 교육 내용이나 방법보다는 평가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가 깔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공정하다’고 느끼는 평가는 명확한 계량화가 가능한 객관식 문제풀이 평가다.
이런 점수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평가에 대해서도 그렇다.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입장에는, 학교 수업이 다양해지고 학생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가 깔려 있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되고 고등학교가 대학처럼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시스템이 되려면, 상대평가는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 ‘인공지능과 미래사회’라는 선택과목이 새로 개설되었다고 하자.
아무래도 이 영역에 관심이 높고 사전 지식도 풍부한 학생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형태의 고교학점제라면 주변 학교에서도 찾아와 참여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과목에서 상대평가를 한다면 선택한 학생들 모두가 불리해진다.
그러니 점수를 생각한다면 이 과목을 선택하기 어렵게 된다.
형식상 선택의 자유를 넓혀도, 실질적으로는 자유가 커지지 않는다. 주관이 뚜렷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절대평가를 한다면 이 문제는 생길 가능성이 낮다.
대신 평가의 난이도에 따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나는 절대평가를 지지했다.
당장 평가의 합리성 때문이 아니다.
미래 교육의 가치에 맞게 교실의 변화, 수업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길을 연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큰 가시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장미와 같은 말이다.
공정성의 가치를 앞세우는 순간, 모두가 같은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된다.
대학입시 공정성에 목을 매면, 지금과는 다른 내용을 배우려는 학생이나, 아예 입시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결국 모두에게는 한 줄로 서야 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된다.
다른 경기를 선택할 자유는 제한된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