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 Mar 31. 2016

기억을 기억하라!

창덕궁, 달빛기행 라스트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문사철과 한여울은 할아버지를 살폈다. 다행이었다. 조금 그슬렸어도 다친 곳은 없었다.


 “사철아! 이 할아비 기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 기억이?”

 할아버지를 위협하던 불씨가 힘을 잃고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자, 순간 정지된 시간이 다시 만물에 깃든 것 같았다. 겨우 안정을 찾은 한여울은 달빛무사를 보았다.


 “저, 달빛무사님. 달빛무사님은 여기 왜 오신 거예요?”

 한여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기억을 기억하라고!”

 짧은 대답과 함께 달빛무사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기억을 기억하라고?’

 한여울은 알 듯 말 듯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지만 어려웠다.

 “자, 이제 부용지 쪽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덕수궁 달빛 은은한 밤 문사철, 한여울,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함께 부용지 쪽으로 향했다.



 

     창덕궁 인정전 월대 앞


 “음냐음냐, 다 태워 먹을 거야! 불꽃들아 일어라, 훨훨... 100년 전, 그날처럼."(1917년 인정전에 대화재 발생)

 화마 중 고약한 놈 하나가 인정전 월대 앞에서 널름거리다가 드므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통 속에 신음했다.
 



     목재를 사용한 궁궐 건물 앞에 두던 방화용 그릇-드므

(불귀신이 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고 무서워서 도망가라는 주술적인 전설이 있음)     


 “으악, 아냐. 아니라고...저건 내 모습이 아니야!”

 자신의 몰골을 보고 도망가라고 놓아둔 드므.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화마는 고통을 느꼈다.

 "괴롭지? 그럼 내가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줄까? 음허허허...” 


 고통 속에서도 배고프다고 몸부림치는 화마만 빼고 달빛 아래, 모두 평화로웠다. 

 ‘아버지의 복수란... 이 모든 것을 지켜내는 거였어. 내 나이 90이 되어, 그 아름다운 고통의 기억을 이해하다니...’

 문사철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에서 아버지의 아름다운 희생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 기억을 찾아서 좋아요, 여길 오길 정말 잘했어요!”

 "그래, 그래!"

 "할아버지의 기억이 우리들에게도 연결된 것 같아.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겪은 일이 할아버지의 기억을 통해, 나에게도 생생해.”

 문사철과 한여울, 문방구 할아버지의 웃음이 푸근한 달빛 아래 정겨웠다.

 ‘이건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걸.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짜릿 찌릿한 경험이야!’

 문사철은 몸도 마음도 뜨거웠다.

 “한여울, 나 각성된 것 같아. 지나간 과거에 의해서.”

 한여울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각성된 게 아니라, 기억에 각성된 거야. 네 가문의 기억, 가문의 역사에... 할아버지의 기억이 널 각성시킨 거지.”

 "오우케이, 이제부터 나 문사철은 우리 역사와 세계문화유산에 연연할 거야!"

 밤하늘의 달이 유난히 빛났다.


 “기억을 기억하라!”


 달빛무사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누군가의 경험이, 어떤 일이, 기억에서 기억으로 연결되는 것... 그게 바로 역사인 거지!’

한여울은 고개 들어 달을 보았다. 달빛이 푸근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음번 K보물, 세계문화유산은 과연?


                              To be 컨티뉴~~



 ‘어리석은 것들. 고통은 고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고통일 뿐이야. 나만이 그 고통 잊게 해줄 수 있지. 음허허허..,’

 누군가 어둠 속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수, 못된 화마를 부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