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수, 못된 화마를 부탁해!
창덕궁, 달빛기행 5
“살아났어, 살아났다고. 기억이!”
문사철 할아버지의 외침 소리가 창덕궁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달의 기운으로 동작 그만, 일시 정지!”
달빛무사도 달을 향해 외쳤다.
짧고 힘찬 달빛무사의 외침에 달빛이 달빛무사 주변을 유난히 밝게 비추었다.
“휘이이~ 삘릴리~”
달피리를 손에 쥐고 호리병을 허리에 찬 달빛무사가 달빛을 타고 나타났다.
"이 못된 화마들, 멈춰라!"
달빛무사는 호리병 안의 금천수(방화수 : 화재 발생 시 쓰려고 준비해둔 물)를 화마에게 흩뿌렸다.
“타닥타닥, 탁탁 탁탁!”
모든 걸 태울 듯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미친 듯 흔들렸다.
멸화군이 화재 진압하는 모습-소방박물관
불과 물의 치열한 대결이 시작됐다.
“휘이이~ 삘릴리~”
달피리를 불자, 물은 불을 쫓았고, 불은 혀를 날름거리며 물방울을 말려 버렸다.
“불 먹방쇼, 맛 좀 봐라!”
화마는 미친 듯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타닥타닥 불똥을 쌌다.
“앗 뜨거워!”
“아, 나도 뜨거워 미치겠어!”
아이들은 뜨거운 열기에 고통스러웠지만, 화마는 신이 나서 미쳐 날뛰었다.
“화락 화락, 호로록 화라락... 나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화마들은 문사철과 한여울도 빼놓지 않고 달려들었다.
“아버지, 아버지...”
특히 화마는 문사철 할아버지에게 막 달려들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그 뜨거운 열기에 할아버지의 기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버지!"
할아버지는 눈물이 글썽했다. 눈물 한 방울이 달빛에 빛났다.
“기, 억, 수!”
달빛무사는 호리병에 할아버지 눈물을 잽싸게 받았다. 바람처럼 빠른 달빛무사의 움직임에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리병 속의 금천수와 문사철 할아버지의 눈물이 섞인 기억수.
“기, 억, 수, 화마들을 제압하라!”
달빛무사가 달피리를 불자, 물방울들이 화마들을 향했다. 기억수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다, 달막대기, 달봉이다. 달 뽕 아이템!”
문사철은 입을 벌리며 달빛무사와 화마의 대결에 몰입했다.
“누, 누구시죠?”
그러나 한여울은 눈을 크게 뜨고 달빛무사를 살피다가 화마들이 제압되자, 달빛무사가 누군지 확인했다.
“소방관 아저씨는 아니고... 호, 혹시 외계인?”
문사철 역시 달빛무사가 궁금해, 누군지 물었다. 기이한 달빛무사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쏘면서. 이글이글 호기심 넘치는 두 아이의 눈빛을 달빛무사는 피하지 않았다.
“난 달빛무사다.”
“달빛무사?”
“달빛무사가 뭐예요?”
옷차림도, 행동도 예사롭지 않은 달빛무사였지만, 아이들은 경계심이 없었다. 자신들을 도와준 은인이었으니까.
“저기요, 달빛무사님. 서 설마 우리 할아버지한테 돈 꾼 적 있어요?”
달빛무사는 달피리를 챙기며 달빛 아래 미소를 지었다. 문사철의 말에 황당했던 한여울이 잽싸게 대신 인사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달빛무사님!”
두 아이에게 달빛무사는 이미 영웅이 돼 있었다. 달빛무사의 후광이 아이돌 스타보다 더 빛나는 것 같았다.
"아저씨, 그 달뽕 아이템(달막대기로 보이는 달피리)이랑 호리병 무기 어디서 구해요?"
문사철이 막 달빛무사에게 질문을 시작할 때였다.
“사철아!"
할아버지가 문사철을 불렀다.
"할아버지!"
문사철과 한여울은 할아버지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