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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히희 Aug 03. 2018

이스라엘 기업에서 일하기

2.5년의 경험 총정리


    가장 오랫동안 역사의 전통을 붙잡으면서도 가장 최근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이스라엘은 그래서 충돌이 빈번한 나라로 요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부터 이어진 조상의 영향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그땅에서 그래서 담담해졌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갖게되었다고 느꼈다. 몇몇 젊은이들은 안타깝게도 나라를 위해 희생당하거나 희생의 위협을 매일 느끼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이러한 위협을 ‘내가 안고가야할 문제’ 라고 여기고 있었다. 


2.5년동안 이스라엘계 회사에서 일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면서 내가 만나본 거의 모든 이스라엘 친구들은 전세계 다른 젊은이들과는 다른 독특한 공통점을 갖고있었다. 


두개 이상의 시민권을 갖고있었고 (조부모 세대가 다른 나라에서 생활을 꾸렸고, 자신 또한 다른 문화에 노출되어 성장했다는 의미)

남자, 여자 모두 반드시 2년이상의 군생활을 했고

테러나 전쟁등 무력충돌에서의 희생자들과 어떤식의 연고가 있었으며

종교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았고

자신이 속해있는 민족에 대한 역사적 이해도와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또한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굉장히 끈끈하고도 오래 유지했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식으로)

여러 나라, 특히 유럽에서 세일즈 경험을 쌓는다. 군대를 다녀오면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거의 8-9할로. 일종의 통과의례같은거란다. 우리나라의 국토대장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때의 경비를 직접 버는데, 그 과정이 독특하다. 이스라엘 지리적 특성상 중동에서 싸게 산 물품들(미술품, 골동품 등등 정말 다양한 물건- 심지어 베개까지도) 을 직접들고 유럽의 상점이나 집을 찾아가서 판매한다. 마진을 챙겨서 여행경비에 쓰면서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일이년까지도 여행하는 경험을 쌓는다.)



이런 공통점을 나눈 이스라엘의 젊은 세대들이 나타내는 특징 또한 독특했다 



    후츠파 (hutzpah) 정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첫째로 “부끄러워하면 배울수 없다”는 능동적인 자세. 모든 상황에서 당당함에 대한 앙금이 전혀 없는 친구들이다. 두번째는 “합리적이게 뻔뻔하자” 는 고집적인 자세.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것을 설득시키는 것. 잘못되면 고집이 셀수있지만 잘 되면 강한 힘으로 아이디어를 밀어붙히는 행동력이 될수도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이 기분 상할까봐 상냥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포인트를 콕콕 집어 솔직하고 강하게 말해야 ‘이녀석 말좀 통하는데?’ 하면서 오히려 좋아한다.


    모든 상황에서 협상이 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반드시 협상하려고 하는 자세. 그래서 외부인이 보이기에는 정돈안되는 상황들이 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그 안에도 자신들의 질서가 있다고 말한다. 규칙이 없는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협상의 결과물이 있는것이다. 하지만 외부인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없는 것이 많음


    질문을 많이하고 반복하라

이해를 하기위해서는 질문을 반복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즉 질문과 배움에 있어서는 모두가 굉장히 참을성이있다. 반복한다고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반복하면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좋아한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을 돈과 동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을 아끼고자 항상 노력한다. 대화를 할때도 아닌것은 아니고 맞는것은 맞다. 미국과 달리 straight forward한 대화방식을 선호하는데 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그런것같다.


    모두가 상인

어딜 가든지 장소불문 모든곳에서 능통한 세일즈맨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만 허점을 보여도 달라붙어서 돈을 남겨먹으려고 할것이다. 


   데드라인에 대한 애매한 이해도

 모든것이 협상 가능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데드라인은 그들에게 그저 하나의 날짜일 뿐이다. 미국의 행정에서 데드라인은 ‘넘기면 업무정지’ 라는 강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스라엘에서의 데드라인은 ‘일단 그때에 가서 보자’는 의미를 갖는다. 예로 ‘이 데드라인까지 결과물 줄수있어?’라고 물으면 99% 의 이스라엘사람들은 ‘응!’이라고 할것이다. 데드라인에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답을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된다. 나중에 뒤통수 맞을 것이다.  


    화를 내는 것 처럼 보인다

대화하다가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며 말이 빨라지는 상대방을 본다면, 놀라지말고 그런가 보다 하면 된다. 화난 줄 알고 흠칫 놀라 진정시킬 필요가 없다. 협상할때는 이런 모습에 놀라 과대해석을 할 필요도 없다. 이스라엘에서 회의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이는 상대방이 화난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나도 깜짝놀라 회의가 끝나고 따로 괜찮냐고 물었는데 상대방은 그새 잊고 '응? 뭐가?' 이랬다.


      끈적한 정

한 예로, 내 매니저가 먼저 퇴사하고 후에 내가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 했을때 그녀는 나에게 그녀가 아는 좋은 회사들을 추천해주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미국인과는 다른 따뜻한 정을 느꼈다. 이런점은 한국인과 비슷한 부분이었다.


    자신의 민족을 우선시하는, 어찌보면 편파적인 태도

내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또 퇴사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정말 강하게 느꼈다. 히브리어를 사용할 줄 알고, 이스라엘에 뿌리가 있으면 다른 문화권을 제쳐놓고 그들에게 먼저 정보를 전달하고, 혜택을 챙겨준다. 팔이 안쪽으로 굽는것은 당연한 것이나 대놓고 드러내는 ‘그들이 사는 세상’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이고 그것을 업무에서도 종종 노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를들어, 내가 어떤 문제제기를 하면 ‘우리끼리 이야기 해볼게’ 하고는 다른 테이블로 그 안건을 갖고간다. 오랜시간의 토론과 싸움 끝에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리고는 나에게 그 결과를 통보한다. 2년내내, 나는 배제된 상태에서 이런식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었다. 아무리 해도 이스라엘 회사에서 진급하기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히브리어를 배워? 음...


       DNA

이스라엘인이 디아스포라로 전세계에 퍼져서 살다가 다시 한 나라로 모였을때 이미 자손들은 다양한 문화권과 섞여있었다. 전통과 뿌리를 위주로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했던 역사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하나로 묶을 것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보존하고 나라를 넓히기 위해 누구든 조상이 유대인이였으면 그 자손은 자연스레 유대인이 된다고 정의해놓았다. 그만큼 내가 어떤 조상이 있고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서인지 (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근본적인 생물학적 요소인) ‘DNA’ 라는 말을 평상시에도 많이 쓴다. 미국 문화권에서는 생물시간 아니고는 듣지 못했던 단어인데 이스라엘계 회사 공고나 슬로건에 보면 참 이런말이 자주 쓰여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people with great DNA’, ‘Our DNA’. (이렇게 보면 우리 모두는 원숭이랑 거의 비슷한 DNA인데...)


    아랍과 유럽의 차별

이스라엘에 출장을 갔을때, 유대인이라고 다 같은 유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깜짝 놀랐었다. 크게 두 분류로 나누면 Ashkanazi (아쉬커나지)와 mizrahi (미즈라히) 가 있는데 아쉬커나지는 동유럽 출신, 미즈라히는 중동국가 출신이다. 외향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출신인지 알수 있는데, 동유럽 출신은 말그대로 유럽인같이 생겼고 미즈라히는 아랍인과 비슷한 외향을 갖고있다. 동료들이 한 말중에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같은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차별의 선이 있다는 것이다. 중동출신과 동유럽 출신 사이의 차별같은 것인데, 역사적으로 동유럽출신의 유대인들이 일종의 주류세력이였고 중동출신은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에도 묘한 긴장감 같은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놓고 싸우지는 않지만 유대인들 사이에도 갈등이 존재한다는게 흥미로웠다.


    키부츠의 소멸

 옛날 사회시간에 ‘집단농장’이라는 개념의 키부츠를 배웠던게 생각이 났다. 이스라엘에서 지금 젊은 세대의 부모까지는 아직도 키부츠에서 생활하고있는 가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더이상 키부츠에 남지 않고 각자의 삶을 찾아 농장을 나오거나, 가끔만 방문하는 식으로 한다고 한다. 


   아이는 평균적으로 3명을 낳거나 낳고싶어한다

내 주변의 맞벌이 부부들도 직장을 다니며 3명의 아이를 낳는다. 이점이 참 신기했는데, 2명도 아니고 왜 3명이냐고 물어보면 동료들은 북적거리는 가족의 단위를 이루고 싶어서 라고 대답을 했다. 2명과 3명의 차이가 적으니 조금 더 낳아 아이들에게 끈끈한 형제애의 가치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했다. 3명을 낳을수 있는게 가능한 이유는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고, 직장에서 휴가를 많이 주며 돌아왔을때 자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200명 남짓한 우리 회사에서 매해 태어나는 아이가 최소 10명을 넘었으니 매해 5%~10%의 인력이 감소되는데도 회사는 그것을 다 배려했다.  



사소하게 신기했던 점

 -    ‘나이가 몇살이니?’ ‘결혼했니?’ ‘애 빨리 낳아라’ 택시운전사와의 대화는 거의 이렇게 시작된다. 길거리의 아저씨, 아주머니들과의 대화도 거의 이렇다. 스스로 나이를 밝히고 싱글/결혼했음을 밝히는데 거의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오지라퍼들이 당당하기까지 하면 나중에는 그들이 약간 귀여워지기까지 하더라. 특히 츤츤데레 부모님뻘 아저씨 아줌마들은 내가 길을 잃은것 같으면 짜증을 팍팍 내면서도 굳이 직접 데려다주고 나서야 돌아서는 츤츤함을 보여줬다.

-    일,월,화,수,목 이 working business days임. 금,토 가 주말. 미국시간에서는 토~수 인데, 이스라엘과 일할때 월, 화, 수 만 겹쳐서 3일 내에 일을 처리하느라 애먹었다.

-    금 해 떨어지기 직전~토 해 떨어지고 난후 까지는 샤밧 (shabbat) 라고 해서 ‘성스러운 시간’이다. 이때는 모든 가게, 교통편이 멈추는데 이걸 모르고 출장가서 저녁먹으러 나갔다가 문 연곳이 없어 아무것도 못 먹고 굶어야 했었다.

-    야채와 과일: 지중해성 기후여서 그런지 야채와 과일이 생으로 먹었을 때 맛있다. 샐러드 강추!

-    음식이 건강하다:  먹는거 보면 튀긴음식 거의 없고 찜닭이나 카레류 처럼 끓이거나 찐것이 많다. 우리나라 찜닭 여기서 하면 잘될듯..

-    강한 여성: 광고나 미디어를 보면 ‘강한’ 여성이 어필하는듯 하다. 여리여리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 보다는 섹시하고 강한 (가죽잠바에 총들고있는 여성의 이미지도 자주 보였음(!)) 이미지를 좋아하는것 같다. 실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언니야들의 강한 목소리와 행동을 자주 볼수있다... 그들중 일부는 실제로 군인이여서 군복에 총을 차고다니는게 종종 보인다. 든든 (동료들 중에도 직업군인이였던 언니야들이 있었는데 밥을 빨리먹으며 군대이야기를 하는 게 마치 군대 막 다녀왔을적 우리 친오빠의 모습과 비슷했다. 누가하든 군대이야기는 지겹.. 언냐들이 하도 나보고 참새같이 밥먹어서 어따 쓰겠냐면서 많이 먹으라고 자주 타박해서 나중에는 좀 심각한 스트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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