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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지

생존선언

삶이 쓰다, 그러니 쓰자

by 낭비

털어놔야지, 털어 놓아야지

턴다고 털릴지 모르지만.

말은 털려도 맘까지 그럴지 모르지만.


구구절절 풀기에는 지루한 사연들.

그렇다고 쉽게 넘기기엔 또 맺히는 사정들.


어찌되었든 더 이상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더 많은 탓이 되고 탓은 탁하게 정신을 흐리니까.


여러 이유로, 내 문제로, 어떤 이의 영향으로

짧은 시간 적지 않게 망가졌고

우울증과 알콜중독에 몸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다.


이제 모든 핑계를 단순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모든 건 내가 글쓰기를 멈추어서라고.


엉뚱한 분석이지만 영 어이없지는 않다.

글쓰던 시절의 나는 그나마 괜찮았으니까.

쓰는 걸 멈춘 순간 모든 객관성을 잃었다.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고, 부끄럽지만 올리기로 작정했다.


브런치를 재개할거고 연재를 시작할거다.

하나씩 하나씩.


언제나 망나니였던 나를 사람으로 잡아 준 것은

글쓰기였는데, 쓰지 않는 동안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늦었다. 그래 많이 늦었다.

망가진 내가 망망대해를 떠도는 동안

중요한 것들이 흘러갔다.

멀어짐을 가까이 둘 수는 없다.

그나마 아직 잡히는 것들에 매달려야 한다.


죽을 강단은 또 없어서,

최악의 상황에서 최적을 만들고자 한다.

그 첫째가 다시 쓰는 일.


삶이 쓰따. 그러니 쓰자.


복 없는 매사를 회복하는 일. 당장 급히 할 일이다.

일기 선언.

매일은 불가능 할지니 실상 일기가 되진 못하겠지만

되도록 매일.


게을러도 계속해서 다잡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