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하기 괜찮다 그럭저럭
며칠간 참 바빴다.
그래서 좋다.
술을 또 마셨지만
버겁지 않더라.
알지, 그 마저 도피인 걸.
그래도.
우울증은 경증이고
알콜은 중독 직전에 다행히 멈춘
의존증이란다.
우울이 밀려 올 때면 간곡히 참아냈다.
요 며칠 술을 마신 건 다행히 기분이 좋았을 때다.
그 핑계에 숨을 만 한 성과를 냈으니.
좌절이 크지는 않다.
그러니 살아낼 만한 성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최악이 아니다.
악이다 그저.
무너지지는 않았다.
무더워지며 무거워졌을 뿐.
처지는 건 몸뚱이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간마다 장악해오는 우울은 버겁고
서러웠다.
대체 왜 인간에게
기분이란게 존재할까?
당연한 현상이
당면한 울상 앞에 버겁더라.
바라는 건 무덤덤함이다.
무던한 내가 되길 바란다.
다잡고 다잡고
아무것도 못 잡는 나를
끝내 붙잡고
내게 애원한다.
무너지기에는
여전히 욕심 많은 사람이잖냐고.
내가 약한 걸 인정한다.
거기까지 어려웠다.
약한 스스로를 비로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다행히 강인하다.
그러하니 참을 수 있다.
언젠가는 사연을 풀어야지 싶지만
이번까지는 아니다.
연명하기 괜찮다.
그럭저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