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엘리 Jul 11. 2021

겁쟁이의 자전거와 킥보드 도전기

부모에게 물려받았습니다.


금동이는 겁쟁이다.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제대로 물려받았나 보다. 엄마는 놀이공원 가서도 롤러코스터는커녕 남들 다 타는 바이킹도 못 타고 아빠는 놀이기구는 물론이요, 공포영화도 못 본다. 어릴 적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바이킹을 타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기절할 뻔 한 이후로 두 번 다시 타지 않았다. 사실 그때 안 타겠다는 나를 억지로 끌고 탔던 친구에게 욕을 너무 진하게 해대서 그 후로 놀이공원 가자는 소리는 하지도 않았다.

그런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난 금동이가 겁쟁이인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의 바람은 아들이 좀 더 씩씩하고 자신감이 넘치길 바라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찍이 킥보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사줬는데 2년 동안 집안에서만 고이 모셔놔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래 아이들이 타는 거 보면 타고 싶다고 관심 갖더니 정작 사주니까 못 타겠어, 무서워만 여러 번. 잘 안 되니 스스로도 흥미를 잃어가고 결국 방구석 한에 주차를 해놓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편으로는 킥보드라는 게 좀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나 어렸을 때야 킥보드 같은 건 타지도 않았으니까 뭐 어떤가, 하고 스스로 위안도 해보았다.

근데 금동이보다 한참 어린아이들이 킥보드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왜 이리도 대단해 보이는지, 내심 부러웠나 보다.


그러다 최근 금동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그 앞에 일렬로 쭉 놓여있는 킥보드를 보니 슬금슬금 타고 싶은 욕망이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게 하원 하는 친구들이 제마다 킥보드 하나씩 끌고 집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결국 집에서 조금씩 타는 시늉만 하던 금동이가 오늘은 집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세 살만 되어도 킥보드를 선수처럼 타는 아이들이 넘쳐나니 밖으로 나가면 당연히 더 잘 타겠지, 하는 기대도 해본다.

내친김에 걸어서 10분 거리인 다이소까지 가기로 하고 자전거 킥보드를 가지고 나왔는데... 


금동이의 자전거 첫 외출


다이소는 아마 내일쯤 도착하겠지?

자꾸 헛발질을 해서 발은 페달 밑으로 떨어지고, 앞을 안 보고 가다가 엉뚱한데 부딪히거나 빠 50m를 가는데 5분은 걸린 듯하다.

 



발을 일자로 해보라며 밀어도 보고, 떨어지는 발을 다시 올려도 보고, 핸들을 꼭 쥐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틀어보라고도 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달의 크기가 작아서 그런가, 킥보드로 바꾸면 좀 나아질까 싶어 바꿔줬지만 이것도 매한가지다. 발이 자꾸 바퀴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결국 두 발을 다 올린 채 엄마가 끌어주라고 한다.


"안 돼. 이렇게 다이소까지 어떻게 가. 못 가. 혼자서 타 봐."




재미있다며 이대로 다이소까지 가자던 금동이는 혼자서 가보라는 엄마의 말에 속상한 얼굴로 쳐다본다.

"그냥 놓고 갈래."

"다이소도 가지 말자."

"다이소는 갈래."

더운 날씨에 집 앞에서 40분을 넘게 자전거 겸 킥보드와 씨름을 했더니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기어코 다이소는 가겠단다. 몇 번을 설득해봐도 집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던 금동이는 킥보드도 본인이 끌고 가겠다고 한다. 뒤를 따라가며 킥보드를 자세히 보니 일반 킥보드와 바퀴 위치가 달랐다. 자전거와 겸용이다 보니 바퀴 위치가 바깥쪽으로 많이 튀어나와 있어 키가 작은 금동이가 발을 굴릴 때마다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순간 금동이에게 더 잘해보라며 엄마의 입장에서만 가르쳤던 게 너무 미안다.

집 앞에다 킥보드를 놓고 밖으로 나오자 금동이도 아까보다 밝은 얼굴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엄마 나 봐봐."




"따라와."


이제는 길도 다 안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언제 그리 시무룩했냐는 듯 신나 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동네 산책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킥보드의 바퀴 위치 때문에 발이 계속 걸렸던 것과 페달이 작아 발이 자꾸 떨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금동이가 말했다.


"바퀴 때문에 그래. 다른 거 사줘."


아차! 금동이에게 따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내가 간과했다. 며칠 전만 해도 조금만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못 타겠다며  줄행랑치던 금동이가 굴하지 않고, 그래도 타보겠다는 의지가 기특해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알았어. 다른 걸로 사줄게."


그때는 아빠한테 가르쳐달라고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