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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엘리 Jun 14. 2021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장미  - 사월과 오월


당신에게선 꽃내음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룬 나를 재우고 가네요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 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5월의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흐르는 익숙한 노래에 마음이 들썩 거렸다. 종일 귓가에 맴돌더니 나흘을 흥얼흥얼. 목도 모르는 이 노래에 홀린 듯했다.

검색해 보니 사월과 오월의 '장미'라는 노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장미의 계절이구나. 금동이 함께 장미를 본 적이 있던가? 우리 장미 보러 갈까?




다음날 우린 오산 고인돌공원의 장미 뜨레로 향했다. 입구를 들어가자 드넓은 인조잔디밭이 우리를 반겼다. 조면 어떠랴 우리 금동이가 이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데. 48개월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저만치 뛰어본 적이 없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상처 하나라도 날까, 잠시 눈이라도 떼면 큰일이라도 날까, 가는 손목을  붙잡았다.


그래, 오늘은 마음껏 뛰어라!




목표물을 발견한 금동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간다. 얼마나 빠른지 따라 뛰지 않으면 금세 저 멀리 가 있다.




"와! 꽃이다!"

"장미야, 장미 예쁘지?"

"응, 예뻐! 엄청 많다. 나 장미 좋아해."


그리고는 마스크까지 벗어던지고 꽃내음을 맡는다.


"무슨 냄새가 나?"

"몰라."


예전보다 옅어진 장미향 탓인지 비염 탓인지 엄마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금동이의 인생 첫 꽃이 장미였구나. 금동이가 돌도 채 되지 않을 무렵 구례에 사시는 친정엄마와 함께 곡성 장미 축제에 다녀왔던 기억이 렴풋이 났다.


우리 엄마도 장미 좋아하는데... 


금동이를 안은 엄마가 장미를 보며 환히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독 장미꽃을 좋아하던 엄마는 나의 스물세 번째 생일에 커다란 장미 꽃바구니를 선물해주셨다. 그때는 꽃도 좋아하지 않았고 생일날만 특별히 발병하는 생일 우울증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돈 아깝다고 말했다가 무진장 혼이 났다. 그 후로는 받아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금동이 탄생일 다음 날 병원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한 내게 서프라이즈로 꽃바구니를 보냈다. 그것도 남편이 보낸 것처럼.

함께 있던 남편은 어리둥절 저리둥절.


"내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엄마가 보냈지?"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오리발을 내밀던 엄마는 어떻게 알았냐며 당황했다. 중요한 날이면 장미를 선물하던 엄마. 엄마에게 가장 좋은 꽃은 장미였고, 마음이었다. 내가 기뻐하길 바라며 보냈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깨닫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누나가 그네 벤치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있는데 금동이가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외친다.


"나 저거 타고 싶어!"


아직 누나가 타고 있으니까 순서를 기다리자고 얘기해봐도 계속 막무가내로 타고 싶단 말만 반복. 결국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예쁜 누나가 양보를 해주었다.


고마워요, 예쁜 누나.




빨간 장미, 분홍 장미, 노란 장미 모두 예쁘다. 곡성에서 보았던 장미도 예쁘지만 도심에서 보는 장미도 예쁘다. 도도한 장미는 도시와도 잘 어우러진다.




장미를 보는 내내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만 반복해서 얼거린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엄마의 향기도 상기시켜본다. 엄마야말로 내겐 꽃내음이 나는 사람, 장미향이 나는 사람. 어쩌면 장미를 닮은 사람. 진한 장미향보다 더 좋은 향이 나는 사람.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냄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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