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심근비대증
우리는 결혼한 지 2년 차에 반려묘 셋을 입양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2년 전, 3살이던 때에 심근비대증으로 시한부선고를 받았다. 불치병이었다.
머리로는 어쩔 수 없다고 다 주어진 운명이 있는 거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지만, 집에 와서 귀여운 구름이를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는 상상을 하니, 나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에게 진정하라고 우리는 앞으로 보조제를 먹이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이후의 일은 하늘에 달린 것이고 구름이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병원이라면 지긋지긋했다. 의료인이라 직업으로서 병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환자로서 병원 방문에 이골이 나있었다. 내 강박증은 완치라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내 반려묘까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정말 팔자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의사선생님께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던 구름이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심장보조제만 먹어가며 잘 버텨주고 있었다. 솔직히 돌팔이여도 좋으니 오진이었으면 했지만, 정기점진 때마다 심장에서 들리는 잡음과 와류현상이 뭔가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었다.
처음엔 환묘들의 보호자가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하나, 곧 그 슬픔과 우울감에 잠식될 것 같았던 나는 커뮤니티 보는 것을 멀리하고 그저 동물병원이나 열심히 다니기로 했다.
고양이의 심근비대증은 겉으로 봤을 때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구름이는 여전히 멀쩡하게 스크래쳐도 긁고, 건식사료, 습식사료 그리고 츄르도 잘 먹는다. 사냥놀이에도 신나 하며, 같은 수컷인 깐쵸와 한판 붙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의사선생님께선 "얘는 건드리지 마세요. 가만히 놔두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깃털장난감만 흔들면 먼저 쫄랑쫄랑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냥펀치를 날리는 이 귀여운 솜사탕 같은 생명체를 어떻게 제지한단 말인가?! 심심하면 거실에 있는 캣휠도 타고, 거대양모공도 굴리면서 노는 녀석이 정말 불치병 선고를 받은 녀석인지 믿기지 않았다.
내가 18살에 항암치료를 끄떡없이 이겨냈던 것처럼, 구름이에게도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깐쵸와 토리는 남매다. 이 둘은 어릴 때부터 같이 쭉 붙어 있었고, 지금도 함께였다. 토리가 사료를 잘 먹지 ㅇ낳아 정기검진 때 말씀 드리니, 과잉치아로 통증을 느껴서 그런 것 같으며 발치해야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유전적인 요인이었기에, 깐쵸 또한 과잉치아가 의심되었다. 다행히, 깐쵸는 과잉치아라도 발치할 정도까진 아니어서 스케일링으로 관리하는 것에 그쳤고, 토리는 치아를 2개 발치해야 했다.
치아발치가 아팠던 것인지, 이 후로 둘은 이동장만 꺼내면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치기 일쑤였다. 오히려 심장 정기검진을 다니는 구름이가 반항이 덜했다.
동갑내기 삼묘가 어릴 때부터 돌아가며 아프기 시작하면 정신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동물병원비 또한 만만치 않은데, 다른 다묘가정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양이를 키우는지, 속사정을 알고 싶었다. 물론, 나는 이 세 녀석들을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