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듭니다.
강박증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괴물 같은 병이다.
보통 강박증이 있으면 우울증도 같이 오는데 그 이유는 자괴감이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강박증 증상이 심했을 땐, 가스점검과 문단속을 1시간가량 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집밖으로 외출하려면 한 세월이 걸렸다.
지금도 물건은 똑같은 걸로 사야 직성이 풀린다.
최소한 2개씩은 사서 대칭을 이루어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나의 경우 내가 뱉은 말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점검하면서,
잘못 말한 부분이 없는지 계속 확인하는 증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글은 쓰고 난 다음에 다시 읽어보면서 점검을 할 수 있었지만,
말은 한 번 내뱉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그저 남들이 별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골몰하기도 했다.
강박증도 있었지만, 내 예민한 성격 탓이기도 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항상 마음속에 말들이 맺혀있었다.
우울증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학습하는 머리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책도 쓸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강박증이 심할 때는 강박사고라는 것이 발동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물밀듯 떠올라 단 1분도 머릿속이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이다.
미쳐버릴 거 같은 나날이었다.
음악을 들어도 글을 써도 생각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로지 잠을 잘 때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약을 먹는 순간 거짓말같이 그 수많았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약이 너무 고마웠고 좋았다. 이 끝없는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언제쯤 나는 약을 끊을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강박증은 증상을 칼로 도려내듯 제거하기는 어려웠다. 즉, 완치라는 개념은 없었다.
정신과약을 복용하면 보험에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세간의 시간도 좋지 않으니 숨기며 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아이를 갖고 싶다면 약을 중단해야 했다.
나는 그저, 나를 갉아먹는 병을 치료할 뿐인데 넘어할 산들이 너무 많았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들이 튀어나왔기에,
더 이상은 혹독하게 나 자신을 밀어붙이며 삷을 살아갈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