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할머니와 나는 가끔 다른 가족들 모르게 둘이 데이트를 한다. 이내 들통이 나지만 꿋꿋이 둘만의 긴밀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사실 아무도 우리를 놀아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획했다. 둘만의 여행! 문제는 내가 아직까지 면허 없는 뚜벅이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기차여행도 괜찮다 말씀하셨지만 할머니도 모시고 짐도 챙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엄마까지는 특별히 껴주기로 했다.
제주도, 통영, 양양 등 할머니와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기록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본격적인 기록의 시도는 ktx를 타고 여행을 막 시작한 지금이 시작이다. 그 이유는 그때까지만 해도 할머니를 모시고 다니는 데 모든 에너지를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는 버스, 비행기, 택시, 기차 심지어 걸을 때조차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선이 파악되지 않으면 갈 곳 먹을 곳 할 것 등을 찾다가 할머니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힘만 낭비하기 쉽다. 할머니는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면 여행에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에 여행스타일이 p인 자들은 할머니와의 여행만큼은 J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하하. 나는 극강의 p로써 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을 만큼 즉흥적인 사람이다. 처음 할머니와 제주도를 갈 때는 극강의 p로써 식은땀이 줄줄 난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년간의 할머니와의 여행 경험으로 많은 데이트를 축적했고 할머니의 에너지를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지에 대한 강약조절까지 계산하여 완벽에 가까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앞으로는 여행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는 준비물 하나하나까지 기록할 예정이다. 지금은 달리는 ktx에서 눈을 잠시 쉬어주기로 한다. 할머니가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