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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 May 09. 2023

할머니와 뚜벅이 여행 -3

강릉 3


5 년 전, 친구들과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왔을 때 일이다. 그때도 한참 아빠와 술을 자주 먹을 때였으니 잊지 않고 아빠와 마실 옥수수 막걸리를 사두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날,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다 나도 모르게 흥이 올라 아빠랑 마실 옥수수 막걸리까지 홀랑 다 마셔버린 일이 있다. 할머니께 깔깔대며 그 이야기를 해 드렸더니, 젊었을 때 마셨던 옥수수 막걸리가 그렇게나 맛있다며 홀짝홀짝 앉은자리에서 다 마셔버린 이야기를 눈빛을 반짝 빛내며 말씀하셨다. 그 막걸리를 다시 한번 먹고 싶으시다고 돈을 주시며 '할머니네 집에 올 때 옥수수 막걸리 한 병 사 오너라' 하셨다. 그 옥수수 막걸리를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함께 마시게 되다니. 옥수수 막걸리 하나로 이 여행의 빌드업이 완벽했다니, 이렇게 세상이 즐겁지 아니할 수가 없다.

나훈아 할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며 막걸리 한 잔을 걸치며 얼쑤 좋다 슬쩍 몸을 풀어볼까 하는 와중에 할머니는 슬슬 졸리신 눈치였다. 막걸리를 켜어~하고 열정적으로 드시며 '찰랑 거리는 건 꿀떡꿀떡 잘 먹어~~'라고 신나서 말씀하시던 할머니도 뚜벅이 장거리 여행은 조금 무리셨나 보다. 이부자리를 봐드리니 이내 잠이 드셨다. 엄마도 피곤했는지 몸을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혼자 흥이난 나는 계란 후라이와 청어알로 만든 강원도 명물 씨앗젓갈을 조금 덜어 곤드레 막걸리와 함께 슬금슬금 바다 앞에 앉았다. 이번 여행을 어떻게 재밌게 놀아야 할까 요리조리 고민도 해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곤드레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셔댔다. 이렇게 강릉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했다는 생각도 하면서 막걸리와 파도를 번갈아가며 마셔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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