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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Jan 08. 2018

잊혀지는 것

잊혀진다는 것

주제는 다분히 뻔하고 진부한 얘기지만 한 번은 정리한 생각을 글로 옮겨 닮고 싶었고 또한 궁극적으로 이 글이 세상 빛을 보게 된 이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

이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다.

인간 또한 생물의 한 종(種)에 불과할 뿐, 그러므로 태어난 인간은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 온다.

(죽음 이후의 견해는 형이상학적이며 종교적인 세계에 속하다 보니 밝힐 수 없는 가설에만 근거해야 하므로 굳이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 죽음의 순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죽음, 아니 그전에 자연스레 있는 노화(老化)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세안 후 바르는 화장품 제품 겉면을 보면 안티-에이징(anti-aging, 노화방지)이 안 들어가 있는 제품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도 겨우 0.1%의 함량이라도 저 문구를 충족시킬 성분을 넣어야 팔리니까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반대로, 노화방지라는 얘기가 없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오래간만에 본 사람들끼리 지나가는 인사말이라도 "어려 보인다."라고 하면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형식적인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굉장히 좋아한다. 이 또한 '어리다'라는 속성은 '죽음과 거리가 멀다'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으니 상당한 칭찬이라 여길 수 있겠다.


그리고 보통은 어린아이를 보면 대부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며 아이를 대한다.

물론 이는 인류의 종족보존을 위한 유전자가 현대까지 전해지는 영향도 있겠지만, 그 보다도 어린아이는 아직 죽음과는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긍정적이라 판단하고 잘 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죽음에 닥쳐서 지병, 사고 혹은 어떤 종류가 되었던 물리적인 고통이 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원초적인 두려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직접 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 고통에 대해 알지 못한다. (간접적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고통에 대해 공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런 1차원적인 두려움은 살면서도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픈 주사를 맞기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느끼는 두려움과 비슷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얼마나 아플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니까.



그 보다도 내가 죽음으로써 세상에서 잊혀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두려움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억되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물을 남기거나 혹은 권력이 있으면 건축물을 남기기도 한다. 가령,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름 있는 여행지에 가보면 꼭 정해진 낙서가 있다. '누구누구 왔다감.'


나는 살면서도 잊혀질때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군대를 갔을 때였다.

군대를 간다는 건 슬프거나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은 겪을 일이니까'라고 오히려 담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군대를 갔는데도 밖에 사회가, 또 내가 있던 학교, 내가 알던 가족, 지인들이 생각보다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세상이라니 나는 2년간 사회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었다. 슬펐다.


비슷한 예로 취업준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 없이도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 

내가 스펙을 쌓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아도 세상은 전혀 문제없이 잘 굴러갔었다. 내가 없어도 모든 회사가 잘 돌아가면 내가 갈 수 있는 회사는 없는 것인가 두려웠다.



내가 죽어도 이 사회는 언제 그런 사람이 있었냐는 듯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 차가운 인류 문명에 나의 평소 생각, 사상, 철학이 담긴 저작물을 남기고 싶었다. 

훗날, 누군가 읽고 그냥 넘겨버릴지라도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건설적으로 말했지만, 간단하게 보면 '누구누구 왔다감'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다. 

누군가에겐 잊혀지고 싶지 않아서 이런 졸작(拙作)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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