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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Jan 15. 2018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춥다

누구의 인생이건 굴곡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것이 작은 것인지 큰 것인지는 지나 봐야 안다. 왜냐하면 당장은 그 굴곡이 매우 크게 느껴질 테니까.

나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이긴 하나

살아왔던 날을 돌이켜 보면 사인 곡선(sine curve)을 나타낼 것 같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sin(x)였을 텐데 아쉽게도 최소 sin(2x) 그래프 정도 되겠지 싶다.

그만큼 우여곡절과 모진 풍파를 견디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느낌을 정형화된 수치로 표현하여 도식화하긴 어렵겠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이 정도?




보통은 학교 다닐 때가 좋았다고 생각하며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

나의 경우엔 학교 다닐 때가 가장 힘들었다. 

대학교 전까진 돈이 없어서 힘들었고, 대학교 때는 돈을 벌려고 하다 보니 힘들었다.

대학 이후로는 시도하는 것마다 거듭 실패를 했다. 

패배의 무력감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떠나가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억울하게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그땐 힘듦을 넘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원래의 나는 별 모양에 가까웠다. 

속담에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했나? 

학교 - 군대 - 취업 - 회사생활 속에서 점점 깎여 나갔다.

세상 물정을 알아갈수록 세상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둥글게 둥글게' 변해갔다.

그저 하루하루 버틴다는 심정으로 최대한 튀지 않고, 조용히 살아야만 했다.

무기력한 생활이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앞서 내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은 군대에서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군대에서의 11월 말은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될 때였는데, 하필 그때 자대 배치를 받아 비번 없이 거의 매일 밤 경계 근무(=보초)를 서야 했다.

그런데, 유독 해뜨기 전 시간대에 많이 보초를 나갔는데 신병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그 시간대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부대의 보초를 짜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어떤 밤 시간대보다도 추운 게 동트기 전인데 당연히 짬밤계급이 제일 낮은 애를 내보내야 욕을 못할 것 아닌가.) 하지만 짬이 낮아도 남몰래 욕할 수는 있다.

동트기 전의 추위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지만 버티고 버텨, 일단 해가 뜨고 나면 그래도 지상에 온기가 퍼지는 느낌이고 갑자기 확 세상이 밝아졌다. 




이것은 자연이 가르쳐 준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제대한 뒤로 내가 마주한 상황이 동트기 전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아무리 어둡고 추울지라도 어쨌든 언젠가 반드시 해는 뜰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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